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NYT)의 변화는 기적에 가깝다. 뉴욕타임스는 한때 종이신문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대신, 신문을 넘어선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하며 혁신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미디어 문법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 문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뉴스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제품 리뷰, 요리 레시피, 게임과 같은 정보를 구독 형태로 제공한다. 독자들이 뉴스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뉴욕타임스를 찾게 만든 전략이다. 뉴욕타임스 구독자들은 하루를 시작할 때 뉴욕타임스 앱을 켜고, 점심에 게임을 하며, 저녁에 레시피를 본다. 뉴욕타임스는 ‘뉴스(정보)’가 아니라 ‘라이프(시간)’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결과는 놀랍다. 미국 전체 뉴스 구독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며, 절대 강자가 되었다.
그럼 우리 가톨릭 미디어도 이런 ‘라이프(시간)’를 제공하는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의 가톨릭 기도 앱 ‘할로우(Hallow)’의 성공은 우리에게 더욱 구체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할로우를 개발한 알렉스 존스는 가톨릭 신앙을 잃었다가 기도를 통해 다시 신앙으로 돌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의 기술과 영적 전통을 잇기 위해 앱을 만들었다. 알렉스 존스는 ‘할로우’를 통해 종교 콘텐츠가 테크놀로지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강력한 선교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려고 했다.
할로우도 뉴욕타임스처럼 ‘라이프(시간)’를 제공한다. 할로우는 신앙은 성당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켜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이어지는 ‘거룩한 습관(라이프)’이라고 말한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주일날 성당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에 있어도 회사에 있어도 가정에 있어도,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계속되어야 한다. 과거 TV나 라디오가 하루종일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했던 것처럼, 이제는 똑똑한 가톨릭 앱이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한다.
할로우는 단순히 그날 전례문이나 기도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선다. 할로우는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영적 코칭을 제공한다. 할로우가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묵주기도·관상기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유명한 가톨릭 연예인이 기도하고 성경을 읽어주는 목소리 가이드를 한다. 여기에 게임화(gamification) 요소를 도입해 사순 시기나 대림 시기에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기도 챌린지를 한다. 결과는 폭발적이다. 북미 기준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종교 앱 최초다. 미국 미식축구 슈퍼볼 광고도 했다. 지금은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등 8개 언어로 15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가히 가톨릭의 ‘넷플릭스’가 되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이 창립 38주년을 맞았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던 1988년의 설렘은 어느덧 서른여덟 해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 cpbc가 마주한 미디어 지형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다. 종이 매체의 위기와 디지털 플랫폼의 범람, 그리고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cpbc와 같은 종교 미디어에도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준엄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할로우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cpbc도 혁신해야 한다. 기술은 도구로 삼고, 사랑은 본질로 품으며, 혁신은 우리의 일상이 돼야 한다. 세상 끝까지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cpbc가 걸어가는 혁신의 길 끝에서 주님의 평화가 우리 cpbc를 통해 온 세상에 흐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