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르비우 역사 지구의 베르나르딘 수도원이 불타고 있다. 이는 16세기에 지어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OSV
“모든 젊은이에게서 내 아들을 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아들을 잃은 한 엄마가 담담히 슬픔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인 류보프 팀첸코씨는 11일 바티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2월 28일 전선에서 전사한 아들 올렉산드르를 회상했다. 향년 29세였다.
끝내 극복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상실 속에도 팀첸코씨는 “다른 젊은 군인들을 통해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에 있는 카푸친 작은형제회의 ‘파드레 피오의 집 어머니들(The mother’s of Padre Pio’s house)’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서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처럼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다른 엄마들을 만났다. 이들은 아들과 닮은 젊은 군인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건네는 활동에 임했다. 전선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포옹하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상처를 보듬고 있다.
팀첸코씨는 “정말 힘들지만, 마음을 닫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들이 존경받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의 아들 올렉산드르는 들판을 사랑하는 젊은이였다. 비니차 농업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아빠와 함께 농업에 종사했다. 팀첸코씨는 “아들은 밀과 옥수수를 수확하는 일을 좋아했고, 작업 중에도 토끼들이 다치지 않도록 돌볼 정도로 친절한 아이였다”고 했다.
그는 형이 27세에 숨져 7년간 병역 면제를 받아 의무 복무 대상은 아니었지만,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자 아빠와 함께 자원입대를 결심했다. 이후 지역 방어 부대에서 복무한 뒤 벨라루스 국경과 도네츠크주 크라스노호리프카 등에 배치됐다. 전장에서 무릎을 다쳐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엔 잠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금세 다시 전선에 복귀했다.
팀첸코씨는 “군 지휘관이 병력이 부족하다며 복귀를 요청했다”며 “그것이 살아있는 아들을 본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올렉산드르는 새로운 진지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전사했다.
팀첸코씨는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도 떠올렸다. 그는 “아들이 전사한 날, 저녁 9시쯤 남편에게 ‘상황이 너무 힘들다.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며 “저는 ‘네가 우리 곁에 있는 한 희망과 기쁨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는 총소리와 폭발음이 계속 들렸다. 이어 “아들은 마지막으로 ‘엄마 행운을 빌어요. 제게 어떤 일이 닥치든 잘 되기를 바라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훗날 알게 됐지만, 아들은 드론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팀첸코씨는 “아들의 상처를 직접 보고 만진 뒤에야 실감할 수 있었다”며 “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자동차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아들이 오는 것만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2024년 8월 ‘파드레 피오의 집 어머니들’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슬픔을 추스르지 못했기에 망설였지만, 어떻게든 극복해보고자 응했다. 이곳에서 그는 상담과 봉사에 참여하며 16명의 다른 엄마들과 슬픔을 나눴다.
“모든 젊은이에게서 내 아들을 보고, 그들을 사랑합니다. 슬픔 속에 있는 이들에게 삶을 끝까지 살아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존엄을 지키며 이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