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교구 제천 의림동본당필리핀·베트남 등 이주민 신자 위해지난 3월 시작, 매월 두 차례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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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이주민들이 17일 원주교구 제천 의림동성당 영어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17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에 위치한 원주교구 의림동성당. 이날 성당에서는 본당 주임 김대중 신부 주례로 특별한 주일 미사가 봉헌됐다. 지역 내 필리핀 출신 이주민들을 배려해 의림동성당에서 거행하고 있는 ‘영어 미사’다. 미사에 참여한 이들은 50여 명. 영어 미사 소식을 듣고 찾아온 베트남 신자들도 함께했다.
미사 후 성당 내 만남의 장소인 에단관 1층에는 푸짐한 음식 한 상도 차려졌다. 보랏빛이 돌아 ‘퍼플 얌’이라고도 불리는 자주색 참마(우베)로 만든 필리핀 음식부터 코코넛이 들어간 약밥, 바나나 등을 넣어 만든 쌀 케이크, 필리핀식 잡채‘판싯(pansit)’까지. 이들은 미사에 참여한 동향 사람들과 나눠 먹기 위해 각자 ‘고향 음식’을 만들어왔다. 성당에 이주민들이 기도와 친교로 화합하는 모습이 더욱 채워진 것이다. 기도 후 함께 음식을 나눠 먹은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올랐다.
핀 출신 이주민들이 17일 충북 제천 의림동성당에서 봉헌된 영어 미사를 마치고 회합실에서 만나 직접 만들고 온 음식들을 나눠먹고 있다.
김대중 신부가 17일 충북 제천 의림동성당에서 영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의림동본당은 지난 3월 1일부터 매월 첫째·셋째 주마다 영어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미사 주례는 교포 사목 경험이 있는 김대중 신부와 교구 보건·이주민 사목 담당 한장우 신부가 번갈아 맡고 있다. 미사 참여자는 40~70여 명이지만, 영월에서 제천까지 수십 ㎞ 떨어진 거리에도 매번 꾸준히 미사에 오는 신자가 있을 만큼 신앙열정은 대단하다.
제천 일대는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 주민 수가 급격히 증가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의림동본당에서 영어 미사가 생겨난 것은 한 결혼이민자의 요청에 교구·본당이 이를 배려한 덕이다. 결혼이민자인 필리핀 출신 김사라(31)씨가 김대중 신부에게 영어 미사를 요청했고, 이를 교구에 전하면서 영어 미사가 새로 생겼다.
2017년 한국인과 결혼해 제천에서 살고 있는 김씨는 “결혼 후 교적 본당에서 거행하는 한국어 미사에 꾸준히 참석했지만, 낯선 언어라 미사 봉헌이 쉽진 않았다”면서 “결국 매달 한 번씩은 필리핀 이주민들을 위해 영어 미사를 봉헌하는 서울 혜화동성당까지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거리가 멀어 시간내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한국어를 못하는 부모님이 한국으로 오시면서 지역 내에 영어 미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갖고 청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필리핀 출신 신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씨와 함께 영어 미사 전례·독서 봉사를 하는 채지혜(알마, 47)씨는 “필리핀 사람들이 애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사 안내 포스터를 올려 더 많은 사람이 오도록 알리고 있다”며 “더 많은 이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신앙을 지켜나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박루비(59)씨는 “결혼과 일로 한국에 정착해 살지만, 한국어를 익히기 어려워 미사 중에도 강론과 독서를 잘 알아듣지 못해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많았고 참다 못해 영어로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개신교회를 찾아가는 이들도 있었다”면서 “영어 미사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줬고, 더 많은 이가 복음을 더욱 잘 익히고 전하며 편안한 한국생활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본당은 이주민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더욱 고민하고 있다. 김대중 신부는 “미사는 봉헌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가대·연주 봉사자가 없어 녹음된 영어 성가를 틀고 있다”며 “갈수록 늘어가는 이주민들이 미사 전례와 성사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타갈로그어까지 구사하는 필리핀 출신 사제가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