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장하는 데에는 많은 도전이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것들은 모종의 ‘두려움’을 형성합니다.
어린 시절 처음 버스를 타던 기억이 납니다. 생경한 분위기에 어찌할 줄을 몰라 어른이 시키는 대로 운전석 근처에 세로로 붙어 있던 봉을 붙들고 우두커니 서 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접하는 것은 모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법이지요.
물론 그 뒤로부터 버스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수단이 되었고 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이든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는 그저 익숙한 무언가가 되어 버리고 말지요. 매일 아침 만원 버스에서 고군분투하면서 버스는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학교도 마찬가지고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해 보지 않은 경험을 앞에 두고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상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험을 겪게 될지, 어떤 일이 다가오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지요.
그리고 매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두려움을 느끼던 대상에 몸을 담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극복된 상태를 살아가는 셈입니다.
때로는 시작부터 두려움 없이 다가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건 내가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것들입니다. 비록 알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한 사건이나 대상은 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한 것들은 오히려 설렘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색다른 체험을 통해 도리어 우리의 영혼은 기쁨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수많은 소설들과 영화 속에서 이 죽음은 최종적인 두려움의 장치로 쓰입니다. 주인공은 죽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고 영화 속의 악인들도 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하나의 드라마를 형성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죽음은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미지의 영역으로 감각하기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고군분투는 사실 이 죽음의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즉 살기 위해서 애를 쓰는 것입니다. 죽음은 예외 없이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다가와 그가 지금껏 구축한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바로 여기에서 신앙이 문을 엽니다. 우리의 신앙은 죽음을 세상의 관점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즉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라는 생각을 불어넣습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이 죽음을 ‘극복’하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부활 신앙은 결국 죽음을 이겨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익숙해지고 나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한 것처럼, 우리 신앙인은 이 죽음에 서서히 친숙해져 갑니다. 참된 신앙인은 사실 매일 매일, 나아가 매 순간순간 죽음을 체험하는 사람이 됩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이 세상의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용서도 나오고 사랑도 나오는 것입니다. 자신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어떻게 용서를 할 것이며 나아가 자신을 내어 바쳐야 하는 사랑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죽음은 오히려 낡은 옛 인간을 우리에게서 완전히 벗겨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께서 선물해 주시는 새 인간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그 죽음에 서서히 익숙해져 가야 합니다. 그리고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분을 마땅하게 두려워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육신과 더불어 영혼을 결정할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를 옭아매는 쓸데없는 공포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에 대한 참된 두려움, 올바른 경외를 바탕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글 _ 마진우 신부 (요셉, 대구대교구 초전본당 주임)
2005년 서품. 남미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즈에서 선교했으며, 현재 유튜브 ‘겸손기도 신부’(@semitoon)와 블로그(https://semitoon.blogspot.com)를 통해 세상에 말씀을 전하고 있다. 평화방송 TV ‘겸손기도 신부의 와서 보시오’에 출연해 주목받았으며, 에세이집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교리서 「포근한 가정 교리서」, 만화책 「SEMITOON」 「PRIESTOON」을 펴냈다. 뼛속 깊이 선교사인 사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