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로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이자 시인인 하상욱의 ‘부모 마음’이란 시입니다.한 문장밖에 안 되는 이 표현이 어찌나 강렬하게 와닿는지 오랫동안 마음에서 잊히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금쪽같은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 얼마나 애닳고 절절한지,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고 때론 수시로 마음을 비워도 부모 수련은 참 쉽지 않습니다. 남들이 옆에서 아무리 조언하고, 그 말이 맞는 말이라도 현실에선 순간순간 어려울 때가 많지요. 그래서 저는 ‘부모 마음’을 이렇게도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결같아야 할 마음이지만, 가장 변덕스러운 마음.” 그게 바로 ‘부모 마음’이라고요.
아이를 키워온 시간, 그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시지요.
처음에 아이를 낳았을 땐 어느 부모라도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다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한숨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학교에 가면, 너도 초등학생이 되는데, 다른 친구들도 다 하는데’ 하면서 날마다 아이를 비교하며 한숨 쉬고, 부모 자신의 양육 효능감이 스스로 형편없다 싶어서 또 한숨을 쉴 때가 많지요.
중학교 사춘기로 갈등이 커지면 자식에 대한 그 애틋한 마음이 어디로 갔을까요? 저는 ‘도로 배 속에 넣고 싶다’라는 말이 뒤늦게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뭉근한 사랑을 주어야 하는 줄 알지만 뜨겁게 사랑하다 자식에 대한 집착이 되고, 차갑게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차라리 외면하고 회피해 버릴 때도 있습니다.
무던하게 별 탈 없이 잘 자라 준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 아이 하나 안에 변화무쌍, 정말 요란한 사계절이 다 들어있는 아이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한결같아야 하는데 저처럼 참 변덕스러운 마음을 가진 분들이 계실 겁니다.
요즘 아이들 속에서 일을 하면서 만난, 일곱 살 아이의 아버지도 이렇게 말합니다.
“유치원 부모 참여 수업에 갔었는데요. 교실 뒤에 질문 여러 개와 아이들이 쓴 글이 있더라고요. 거기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은?’이란 질문에 우리 아이가 이렇게 썼더라고요. ‘친구를 많이 사귄 날’ 그 글을 보는데 정말 아이가 안쓰러웠어요. 더 많이 놀아 주고, 아이들 속에서 놀게 해줘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돌아서면 또 그게 쉽지 않아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저의 지인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공부가 뭐 그리 중요한가요. 인성이지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되지요.”
이 말에 모든 부모가 동의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의 지인 아들은 감사하게도 공부를 매우 잘하는 아이입니다. 그것도 소문난 좋은 학군에서 말이죠. 저도 얼마나 저렇게 똑같이 말하고 싶었는지요. 인생 살아보니까 공부와 성적이 다가 아니라고, 정신이 올바르고 마음이 건강한 아이, 인성이 바른 아이가 중요한 거라고.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옹졸한 저의 속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불과 한두 뼘에 불과한 ‘머리와 가슴 사이의 거리’가 자식 앞에서는 이렇게나 멀어질 수 있음을 날마다 실감합니다.
우리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주고 탐색하고 경험하게 해 주고 충분히 시간을 주고 싶지만, 부모의 걱정과 두려움, 조급함은 또다시 마음에 변덕이 죽 끓듯 하게 만듭니다.
부모 마음의 기준과 세상이 정해 준 기준, 그 사이에서 숱하게 흔들리며 갈등하며 우린 양육하고 있습니다. 너무 사랑하는데, 기대치에 안 따라줘서 한 번씩 미워하기도 하면서. 그런데, 이 상황을 나와 자식에서 나와 내 부모님께로 가져가 보실까요?
우리 부모님 마음도 이랬겠지요? 딱 이 마음이었을 것이고, 꼭 이런 기분이었을 겁니다.
우리가 인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고 오늘도 당신의 자녀와 부디 안녕하기를 빕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