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에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어제 또는 지난주에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는 잊어버려야 합니다. 옛 기억을 잊어야 지금 필요한 기억을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 매번 둔 경우는 예외로 말이죠.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제2장 창조의 복음’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 이성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때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신앙적 차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창조의 복음’이라는 제목을 붙인 2장에 대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유다-그리스도교 전통’(「구약과 신약의 전통」 76, 78항 참조)에서 이해하는 ‘창조’ 혹은 ‘세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이 ‘가톨릭 신앙에서 이해하는 전통’이라고 말하지 않고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유다교, 정교회, 개신교 등 모든 종교를 초월한 관심과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도는 뒷부분 ‘제5장 접근법과 행동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스스로 믿는 이들이라 고백합니다. 이 사실이 자연 보호, 가난한 이들의 보호, 존중과 형제애의 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를 서로 나누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학문들 사이의 대화도 역시 시급합니다.”(201항)
이처럼 회칙 제2장은 복합적인 생태 위기가 영성과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와 학문의 대화를 요구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합니다.
더 나아가 제2장은 신앙이 ‘자연’과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할 이유와 동기를 제공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자연에 대한 책임감은 ‘신앙의 일부’라고 분명하게 밝힙니다. 그렇다면 제2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Ⅰ. 신앙이 주는 빛(63~64항) Ⅱ. 성경 이야기의 지혜(65~75항)
Ⅲ. 세상의 신비(76~83항)
Ⅳ. 창조의 조화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전하는 메시지(84~88항)
Ⅴ. 보편적 친교(89~92항) Ⅵ. 재화의 공통적 목적(93~95항)
Ⅶ. 예수님의 눈길(96~100항)
이 내용들은 단순히 환경 문제와 생태계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신앙적인 시각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할 것입니다. 이제 그 각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