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WYD 사전 프로그램‘청년 DMZ 평화의 길 도보순례’ 분단, 신앙, 한반도 미래 등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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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WYD 청년 DMZ 평화의 길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장산전망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총성이 멈춘지 70년이 넘은 비무장지대(DMZ).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지금은 오히려 생명으로 가득하다. 의정부교구 청년들은 굳게 닫힌 분단의 경계선을 생태 영성 안에서 걸으며 평화의 발자국을 남겼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의정부교구대회’를 준비하는 사전 프로그램으로 22~25일 ‘WYD 청년 DMZ 평화의 길 도보순례’가 열렸다. 단순한 도보 행사를 넘어, 분단과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에서 오늘의 청년들이 신앙과 공동체,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묵상한 순례였다.
순례에는 교구 청년 70여 명을 비롯해 사제·수도자·봉사자 등 9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3박 4일 동안 오두산 전망대와 장산 전망대·율곡습지공원·태풍전망대·임진강 주상절리 등을 걸으며 의정부교구가 2027년 WYD 교구대회의 핵심 가치로 제시한 ‘평화·생태·순교’를 몸으로 체험했다.
순례를 총괄한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중부 지역위원장 김승연 신부는 “의정부교구는 지난 20여 년 동안 평화와 생태, 순교의 정신을 살아온 교구”라며 “특히 DMZ는 생태와 평화의 가치가 공존하는 공간이기에, 청년들과 이 길을 걸으며 WYD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027 WYD 청년 DMZ 평화의 길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살레길을 걷고 있다.
첫째 날 ‘평화의 날’에는 장준하 선생 묘역까지 이어지는 살레길을 걷고 오두산 전망대에 올라 분단의 현실과 화해의 의미를 묵상했다. 둘째 날 ‘생태의 날’에는 장산 전망대와 율곡습지공원 일대를 걸으며 창조 질서의 아름다움과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을 돌아봤다. 셋째 날 ‘순교의 날’에는 태풍전망대와 유엔군 화장터 등을 순례하며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되새겼다.
순례 기간 평화를 주제로 한 박평수(프란치스코) 환경활동가의 강의와 기후위기 전문가 조천호 박사의 토크콘서트도 열렸고, 찬양과 고해성사, 조별 나눔과 밤 기도도 진행됐다. 순례는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교구장 손희송 주교 주례로 파견 미사를 봉헌하고 마무리됐다.
청년들은 긴 도보 여정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 이상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겸(요한 보스코, 37)씨는 “이번 순례는 단순히 길을 걷는 시간이 아니라 평화와 희망에 응답하는 여정이었다”며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는 말씀처럼 거저 받은 사랑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임지혜(이사벨라, 26)씨는 “산길에 떨어진 도토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고, 인간이 자연의 몫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며 “아주 작은 장면이었지만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민(로사리아, 25)씨는 “DMZ와 한국전쟁 유적지를 직접 보며 평화의 의미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했고, 이기웅(요셉, 40)씨 역시 “태풍전망대와 유엔군 화장터 등을 둘러보며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고통과 희생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순례에 함께한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장 고명자 수녀는 “굳게 닫힌 남북의 문이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는 꿈을 청년들과 나눴더니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자체가 은총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순례는 준비 과정에서도 청년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청년 봉사자들과 함께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방향을 논의하며 ‘청년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WYD’를 미리 체험했다. 김승연 신부는 “WYD가 청년들에게 또 하나의 의무나 이벤트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순례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환대와 봉사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