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임명에 ‘왜 나인가?’ 질문 떠나지 않아, 그럼에도 순명
“지금은 그저 저에게 주신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용기를 청할 뿐입니다. 제가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사람이기를 소망합니다.”
대구대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된 김종강 대주교는 5월 26일 대구대교구청에서 열린 임명 발표 축하식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4년 전 청주교구장 주교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라며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임명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왜 나인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대구대교구는 큰 교구이고 이미 준비된 분들이 많을 텐데 왜 내가 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자신이 없어지고, ‘왜’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결국 제가 하느님의 사람이 되려면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 대주교는 갑작스러운 부르심 앞에 자신을 먼저 돌아봤다. 그는 “하느님께서 저를 하느님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대구대교구라는 큰 도구를 마련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애써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그 뜻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하려 합니다. 이곳에 살면서 하느님의 뜻이 좀더 제 눈에 보이고, 하느님 말씀을 알아듣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나를 섬김의 삶을 살라고 보내셨구나’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김 대주교에게 대구는 사제 성소의 ‘못자리’와도 같은 곳이다. 그는 일반 대학교를 다니다 군대를 제대한 뒤 하느님 부르심에 응답하며 대구가톨릭대 신학대에 입학했기에 대구가 완전히 낯선 곳만은 아니다. 그에게 신학교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했다.
“신학교 시절은 참 즐거웠습니다. 당시엔 마산, 안동, 청주 등 여러 교구에서 온 신학생들이 함께 지냈습니다. 물론 1학년 때는 문화적 차이로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충청도 사람이라 미지근한 편인데, 동기들은 화끈하더라고요.(웃음) 동기들이 ‘뭐라 카노’라고 하는데, 그 말이 제겐 꼭 싸우자는 말처럼 들렸죠.”
김 대주교는 “작은 오해로 친구들끼리 투닥거리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 이해하게 됐다”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살았던 신학교 시절이 지나고 보니 사람을 이해하고, 제 자신이 성숙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청도 청주 출신으로 대구대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교회가 더 다양해지고 넓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저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직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황대사님께서도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청주에 살던 분이 대구로 가면 신앙과 삶의 모습들을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며 저를 애써 설득하시더라고요. 설득은 잘 되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청주교구 이외의 교회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뜻밖의 임명을 받았지만, 저도 주교로서 사제를 임명하는 입장이다 보니 교황님의 임명을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김 대주교는 청주교구 공동체에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사실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며칠은 울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믿고 기도해준 사제와 신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기 때문이다. 김 대주교는 “부족한 저를 목자로 믿고 기도해주시고, 4년간 함께했던 많은 분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힘들었다”며 먹먹해 했다. 그러면서 감사의 뜻을 거듭 전했다.
“청주에는 너무 죄송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부족한 저를 늘 사랑해주셨고 어디서나 환대해주셨기에 정말 깊이 감사드릴 뿐입니다.”
대구대교구민을 향해서는 신뢰와 사랑을 전했다. 김 대주교는 “대구 신자분들도 하느님의 양으로서 목자를 기쁘게 맞이해주시고 사랑해주실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 감곡본당 초대 주임이던 임 가밀로(파리외방전교회) 신부가 한 말을 꺼냈다.
“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역시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대구대교구를 알아가면서 차차 좋아지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발을 내디딜 때부터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성소를 키운 신학생이 이제 대구대교구의 부교구장 대주교로 돌아왔다. 김 대주교는 그 여정을 “못자리로 다시 배우러 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대교구를 향한 그의 첫 걸음은 다시 배우고 처음부터 사랑하려는 마음과 ㅣ함께 이미 시작됐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