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소(聖召) 주일이다.
성소 주일이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특별히 기도하고 마음에 깊이 새기는 날이다. 넓게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하느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di 할지 방향을 설정해보는 날이기도 하고, 좁게는 젊은이들이 결혼 성소를 택할 것인지 사제나 수도자 성소를 택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마다 성소 주일이 되면 교구에서도, 수도원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사제나 수도자 성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신학교에서는 일 년에 딱 한 번 신학교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면서 사제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그리고 거의 모든 수도원에서도 수도원을 개방하여 젊은이들에게 수도원의 삶을 보여주며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번에도 우리 수도원에서는 몇몇 본당으로부터 수도원 방문 프로그램을 요청받았다. 주일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수도원을 방문하여 이곳저곳 둘러보게 하고, 또 어떻게 하면 수도원의 삶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 프로그램을 짜느라 바빠졌다. 일단은 외부인들이 수도원 성당과 몇몇 수사님들의 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에 모든 수사님이 동원되어 손님맞이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유리창틀이며 화장실이며 심지어 봉쇄구역으로 정해진 수사님들의 공부방, 복도, 방 청소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거의 하루 종일 청소에 매달렸다.
드디어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어림잡아 300명은 되었다. 조용했던 수도원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수도원을 구경시켜주고 밥먹이고 수도원 설명하고 영화도 보여주며 성소 주일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이 떠나간 수도원은 또다시 청소를 해야만 했다. 열심히 청소를 하다가 지친 한 수사님이 “와, 이건 성소 주일이 아니라 청소 주일이라고 해야겠네요”라며 힘들어하자, 옆에 있던 수사님이 “저 많은 아이들 중에 한 명이라도 나중에 수도원에 입회한다면 청소 주일이 매주 되어도 좋죠”라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