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충과 동료 순교자들’ 시복 12주년 미사 봉헌
서울대교구장 정순택(가운데) 대주교가 5월 29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 중 신자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가 5월 29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거행됐다. 시복 12주년인 올해 124위 복자 기념일에 봉헌된 미사는 염수정 추기경과 총대리 겸 순교자현양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순교 복자 중 최연소인 이봉금(아나스타시아) 복녀의 일화를 언급하며 “나이나 계급,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어머니 김조이(아나스타시아) 복녀와 함께 체포된 이봉금 복녀는 배교를 요구받자 이렇게 말하며 거부했다. “일곱 살이 되기 전에는 철이 나지 않아 읽을 줄도 모르고 다른 것도 몰라 천주님(하느님)을 제대로 공경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곱 살 때부턴 천주님을 섬겨왔으니, 오늘 천주님을 배반하고 욕을 하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천 번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이후 복녀는 옥중에서 어머니의 순교를 지켜본 뒤 채 12살도 안 된 나이에 교수형을 당해 순교의 화관을 썼다.
5월 29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봉헌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미사에 한국 순교자 후손들이 참석했다.
정 대주교는 또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울 광화문광장 124위 시복 미사 강론을 인용,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우리는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자들의 영웅적 신앙의 증거를 돌아보고, 더 많은 사람이 탁월한 순교자들의 모범을 접하도록 신앙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하자”며 “신앙생활이 여의치 않은 모든 곳, 특히 북녘 땅에도 기쁜 소식이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함께 하느님 은총을 청하자”고 당부했다.
이번 미사에는 한국 순교자 후손들이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한국 교회 첫 순교자 복자 윤지충(바오로)의 8대손 윤재석(지충 바오로)씨와 하느님의 종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7대손 권혁훈(가스파르)씨를 비롯해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성 남종삼(요한)의 후손들이다. 이 중 정약종 복자와 한국인 첫 영세자 이승훈은 1801년 신유박해 때, 남종삼 성인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했다. 아울러 올해 사제품을 받은 새 사제 9명도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담당 원종현 신부)는 한국 103위 성인 중 44위, 124위 복자 중 27위가 순교한 조선 왕조 공식 처형장이다. 한국 교회에서 단일 성지로는 가장 많은 성인과 복자를 배출했다. 성지 조성을 주관하고, 2019년 5월 29일 당시 서울대교구장으로 성지 축성·봉헌 미사를 주례한 염 추기경은 이날 “어떤 어려움이 와도 하느님 뜻을 따라 기쁘게,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면서 힘차게 살아가자”고 격려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