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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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 울려 퍼진 ‘생명의 노래’

생명경시에 경종 울리며 4㎞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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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제주에서 열린 ‘2026 가정과 생명을 위한 미사 & 생명대행진’에 참가한 신자들이 행진 후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생명 수호 문구들이 적힌 수건을 들고 미사 전 생활성가를 부르고 있다.


“평소에도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조그만 생명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엄마 딸이 됐다고 알려줍니다. 말보다 신앙 안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5월 30일 제주에서 열린 ‘2026 가정과 생명을 위한 미사 & 생명대행진’에 8살 딸과 참가한 김영미(요안나)씨는 “낙태법 관련해 온라인상에서만 참여했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또 다른 의미를 준다”고 말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정의 가치를 되새기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위원장 문창우 주교)가 주최하고 제주교구 가정사목국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수원·전주·대전·대구·광주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마련됐다.

3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햇볕에도 교구민 400여 명을 포함한 500여 명의 참가자는 ‘태아보호’ ‘생명존중’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나를’ 문구가 적힌 수건을 들고 한마음으로 생명을 노래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 사라봉 평생학습센터를 출발해 경찰의 지원 속에 주교좌 중앙성당까지 약 4㎞를 행진했다. 가톨릭 운전기사회와 간호사회 등 신자 단체들도 봉사자로 함께하며 안전에 온 힘을 쏟았다. 행진을 지켜보던 도민들도 ‘생명존중’ 구호를 듣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응원했다.

어린아이부터 자폐아와 부모·어르신들까지 함께한 생명대행진은 화합과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김태선(요한)씨는 “6월 말에 태어날 손자의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며 “그 가치를 많은 이와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가족과 참가한 이시현(요엘, 초5)양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구호도 함께 따라 하면서 재밌게 행진했다”고 했다. 초등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행진한 이승건(마르코)씨도 “생명대행진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성가정을 이루는 길이라 여겨 더운 날씨지만 고민 없이 왔다”고 전했다.

4·3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에서의 행사는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한국 콜럼버스 기사단 제주도 책임자 김영훈(안드레아)씨는 “제주 4·3은 태아를 비롯해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아픈 역사”라며 “지금껏 연좌제로 고통받는 제주에 생명의 노래가 퍼진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생명 경시 풍조가 매우 심각하다”며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넘어 화합과 상생을 통한 생명운동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생명 경시와 높은 자살률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현실에서 제주가 품어온 생명의 상처와 염원이 행사의 의미를 한층 깊게 했다.

행진 후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700여 명이 참여했다. 문창우 주교는 강론에서 “생명을 선택하는 길은 곧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하는 삶”이라며 “가정은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소중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첫 번째 터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정이 살아야 교회가 살고, 교회가 살아야 세상이 살아난다”며 태아 존중부터 노인·병자 돌봄까지 생명을 지키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태아보호를 통한 생명의 존귀함을 전하는 뮤지컬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10주 태아의 발 모양 배지도 봉헌됐다.

제주교구 가정사목국 국장 부영호 신부는 “교구민과 함께하는 이번 행사가 제주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가정 복음화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 전날 열린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연석회의에서는 정부가 자살 예방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 맞춰 낙태 예방을 비롯해 자살 예방, 유가족 돌봄 등 생명 수호 사목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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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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