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주교단이 5월 23일 페루 카타카오스의 성 요한 세례자 성당에서 거행된 소달리티움 희생자를 위한 미사 중 희생자의 유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페루 주교회의 홈페이지 캡처
페루 주교단이 오랜 영적 학대와 성 비위 논란으로 지난해 초 해산된 사도직 단체 그리스도 생활 형제단(소달리티움, SCV)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다. 페루 주교단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23일 페루 카타카오스의 성 요한 세례자 성당에서 거행된 소달리티움 희생자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유가족. 페루 주교회의 홈페이지 캡처
페루 주교단의 사과는 5월 23일 페루 카타카오스의 성 요한 세례자 성당에서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된 소달리티움 희생자를 위한 미사 중에 이뤄졌다. 이날 미사에는 소달리티움 구성원에 의한 토지 강탈에 항의하다가 목숨을 잃은 현지 원주민 지도자 크리스티노 멜초르 플로레스(Cristino Melchor Flores)씨와 과달루페 사파타 소사(Guadalupe Zapata Sosa)씨의 유가족을 비롯해 카타카오스 농민 공동체의 다른 유족들과 주민 등이 모인 가운데 거행됐다. 카타카오스 지역 농민들은 소달리티움 구성원들로부터 수십 년간 성적·영적 학대, 토지 강탈 등을 당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학대 사건 피해자만 9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마대교구장 카스티요 마타소글리오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우리의 사과는 쇄신의 길 위에 서겠다는 약속”이라며 “교회 소속 단체에 의해 만들어진 어두운 그림자에 맞서 진정한 희망의 표징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주교단이 함께한 것은 교회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용서를 구하고 연대의 뜻을 표하기 위함”이라며 “우리는 교회 쇄신을 위해 노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레오 14세 교황님 뒤를 따라 계속 전진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달리티움 해산 절차를 담당한 교황청 특사 조르디 베르토베우 몬시뇰은 “우리는 문제가 발생한 직후인 20년 전에 이곳에 왔어야 했지만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이번 미사와 주교단 사과는 교회가 과거의 잘못을 엄중히 대면하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교회 쇄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루 주교단이 5월 4월 23일 페루 카타카오스의 성 요한 세례자 성당에서 거행된 소달리티움 희생자를 위한 미사 중 희생자의 유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페루 주교회의 홈페이지 캡처
소달리티움은 1960년대부터 중남미를 휩쓸었던 좌파 해방신학 운동에 대응한 보수적인 평신도 단체로 1971년 평신도였던 루이스 피가리가 주도해 페루에서 설립됐다. 이후 교황청으로부터 ‘사도적 생활 공동체’로 승인받아 활동하며 한때 아메리카 대륙에서 회원이 2만 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창립자 피가리를 비롯한 고위 구성원에 의한 성 비위·학대 사건이 불거지며 논란을 빚었다. 결국 2017년 교황청의 조사로 단체 내부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비위 사건이 밝혀졌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24년 창립자 피가리를 포함한 고위 구성원 10여 명이 추방된 뒤 2025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공식 해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