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치 수도원에서 교회법상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회원은 지역 교구장 주교의 권한으로 해임할 수 있다. 교황청은 5월 28일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3월 25일 교회법 제699조 2항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포한 교회법 개정안을 4년 만에 다시 개정한 것이다.
교회법 제699조 2항은 ‘자치 수도승원에서는 선서한 회원의 제명을 판정하는 것은 평의회의 동의를 얻은 총원장에게 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수사나 수녀가 심각한 위반을 저지를 경우 교황청이 교구장 주교에게 자치 수도원의 최고 장상을 해임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각한 위반’에는 축성생활의 의무를 상습적으로 소홀히하는 행위, 장상의 정당한 지시에 대한 완고한 불복종, 회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추문 등이 해당한다. 다만 해임 결정이 나더라도 당사자는 교황청에 항소할 수 있다.
이 조항은 1983년 교회법이 공포됐을 때, 교구장 주교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자치 수도원의 회원을 해임할 권한을 줬다. 해임 절차를 따르고 최종적 승인 권한은 교황청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2022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권한을 교구장 주교 대신 자치 수도원 최고 장상이 비행을 저지른 회원을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수도원의 자율성과 장상의 권위를 뒷받침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고 장상이 문제를 저지를 경우 해임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법적 공백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법령 개정은 미국 텍사스 가르멜 자치 수녀원의 사례에서 비롯됐다. 한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소식통은 교계 매체 더 필라에 “해당 수녀원 원장 수녀는 약물 남용과 비행, 교황청의 권위에 거부한 혐의를 받았는데, 회원들 역시 교구장 주교의 개입에 반발했다”며 “결과적으로 법이 개정되며 빈틈이 해소됐고, 해당 수녀원은 폐쇄됐으며, 회원들 역시 해임됐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법령 개정은 수도회 최고 장상의 권위를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수도회 장상을 해임할 수 있도록 교구장 주교가 나설 길을 열어준 것이다. 더 필라는 “이번 개정안을 따르더라도 교구장 주교가 수도원에 개입할 수 있는 기본 권한은 2022년 이전 법령보다도 적다”며 “심각한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