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11월 22일 태국 방콕에서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인사를 건네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방한해 한국 불교계 지도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불교계뿐 아니라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한국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고 가톨릭 신자가 아닌 청년들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서 2027 서울 WYD에 대한 정부 지원 문제를 두고 특혜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역대 교황들이 비가톨릭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주요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평화와 공존, 형제애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WYD, 비그리스도교 국가 개최 의미는?
2027 서울 WYD는 역대 대회 중에서도 특별한 상징성을 갖는다.
2027 서울 WYD는 필리핀 마닐라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WYD다. 그러나 필리핀은 가톨릭이 절대다수인 국가였던 것과 달리 한국은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약 11 수준인 국가다. 2027 서울 WYD 조직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024년 9월 24일 교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7 서울 WYD는)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개최되는 첫 번째 대회"라며 "종교간 대화는 참으로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열리는 첫 WYD라는 점에서 종교간 대화는 2027 서울 WYD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인 서울은 종교간 화합을 통한 인류 보편적 가치, 인류의 형제애를 드러내기에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레오 14세 교황이 2027 서울 WYD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경우 종교간 대화 역시 중요한 일정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황, 불교 지도자와의 만남…과거 사례 보니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불교 최고 지도자를 만난 것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됐다. OSV
실제로 과거 교황의 아시아 사목방문을 보면 불교 지도자와의 만남은 사실상 하나의 전통처럼 이어져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9월 몽골 방문 당시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모임에서 몽골 불교계 지도자를 만나 '화합'을 강조했다. 교황은 "화합은 다양한 현실에서 편견 없이 차이를 존중할 때 이룰 수 있다"며 "종교인들이 적극 나서서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 국민에게 익숙한 불교의 가치가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11월에는 태국을 방문해 불교 최고지도자를 만났다. 장소는 사원이었다. 또 다음날에는 불교, 개신교, 이슬람교 등 종교 지도자들을 만났다. 태국은 불교 국가지만 다양한 종교를 가진 민족이 어울려 산다는 것을 교황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도 마지막 일정을 바꿔 불교 사원을 방문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1984년 태국 방문 당시 불교 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이후에도 불교권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종교간 대화를 중요한 의제로 삼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2월 UAE를 방문해 종교간 대화를 통해 도출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OSV
교황의 종교간 대화는 불교에만 머물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사목 방문했다. 교황은 이슬람 수니파 최고 지도자인 알아즈하르 사원의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과 함께 '세계 평화와 공동 공존을 위한 인류 형제애에 관한 선언'에 서명했다. 두 지도자는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정당성을 거부하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존중하자고 했다. 2021년 이라크 방문에서도 종교간 대화 일정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명동에서 한국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성공회 등 지도자가 참석했다.
교황의 해외 방문을 살펴보면 가톨릭이 소수 지역일수록 오히려 종교간 대화 일정의 비중은 커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교황청이 종교간 대화를 단순한 의전 행사가 아니라 평화, 형제애 구축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WYD 폐막미사 행렬에 불자 청년들의 연등이?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OSV
레오 14세 교황이 방한할 경우 불교계를 비롯한 한국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교황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로 2027 서울 WYD 조직위는 종교간 대화를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프로그램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조직위는 타종교와 함께하는 것에 언제든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2027 서울 WYD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는 2025년 10월 언론 브리핑에서 WYD에 참가한 불자 청년들이 연등을 들고 행렬에 참여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이 주교는 "폐막미사 전날 밤 행렬에서 불교 청년들의 연등과 개신교의 촛불, 천도교 등 우리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익인간, 인내천 같은 사상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멀지 않으면, 우리의 방향과 내용이 다르더라도 그 진리를 존중해야만 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