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삶의 한 가운데에서
풍성한 머릿결,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여기저기 한껏 부풀어 오른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막 연극 공연이라도 할 것처럼 사람들이 어느 한 장소에 바쁘게 모여든다. 영화 ‘첫눈에 반할 통계적 확률’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엄마는 폐암 말기 환자다. 엄마는 더 이상 아픈 채로살고 싶지 않음을 남편과 자식들에게 말한다. 엄마와 아빠는 셰익스피어 수업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죽기 전 본인의 마지막 인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 있을 때 나누고 싶다고 하면서 자리를 만든다. 생전 장례식을 하는 자리. 작은 아들은 이 생전 장례식을 ‘엄마 송별 파티’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송별 파티를 하는 엄마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셰익스피어 이야기 속 인물의 의상을 입고 생전 장례식 파티에 모여든 것이다.
상식적으로 장례식장 주인공은 살아 있지 않다. 영정 사진으로만 생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살아 있는 장례식이라니, 그것도 내가 아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며 마지막 추억을 인사하는 자리를 함께한다는 것에 기분이 참 이상했다.
문득 지금 살아 있는 이 현실이 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분명 숨 쉬며 살아있는데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영원히 살 수 없다. 어느 날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죽음이 삶의 종착역일까?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신앙인이기에 부활의 삶을 믿는다. 그러기에 더더욱 죽음을 잘 준비해야겠다. 그렇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고 기쁨과 행복이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순간을 잘 맞이하면 된다. 자기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장례식을 치러 준다. 사랑하는 내 가족이 그 짐을 감당할 것이다.
나도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해볼까. 하루하루 시간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매일 매 순간을 송별 파티의 시간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나의 죽음을 감당해줄 소중한 내 가족에게 매일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기에 지금 살아있는 이 모든 순간 더 많이 감사하다고 말하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송별 파티를 위한 준비를 잘해야겠다.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 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