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이념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경종을 울리며, 교회가 평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SNS에 올린 그림입니다.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빗댄 모습 뒤로 성조기와 자유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곧 삭제했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적 상징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강우일 주교 / 前 주교회의 의장>
"자신들의 특정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리스도교적 신학 개념을 현실 정치판에 대입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교의의 해석을 잘못 하는 큰 왜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가 주관한 제26회 가톨릭포럼에서는 종교가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안병진 /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트럼프는 오히려 위험하지 않다. 진짜 위험한 건 지금 중세적 신정국가를 꿈꾸는 빅테크. 앞으로 전 세계가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이게 어쩌면 인류의 문명의 가장 큰 과제다."
<인남식 /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장>
"과학기술이 가장 최첨단으로 가지만 그 전쟁의 목표와 정당성을 어디서 찾느냐. 중세적이고 퇴행적인 종교서사에서 찾는다면 이건 자칫 이렇게 가면 답이 없겠다. 내가 죽음을 통해서 알라의 뜻을 이루고, 내가 죽음을 통해서 거룩한 기독교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했다고 하는 서사가 만들어지면 정말 우리가 위험한 세상으로 한 발, 한 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종교적 서사가 전쟁을 정당화하는 동안, 평화를 지탱하는 신뢰는 더욱 약해졌습니다.
이런 현실은 한반도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 합의가 흔들렸고, 어렵게 쌓은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그 결과 평화 구축도 번번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했습니다.
<임을출 베드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 입장에서 보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죠. 합의의 시효, 유효기간이 짧으면 몇 개월, 길게는 몇 년도 가요.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 역사가 없습니다."
국가안보를 이념화해 무형의 우상으로 삼고, 비인간적인 폭력과 파괴마저 정당화하는 현실.
강우일 주교는 이런 위험한 흐름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강우일 주교 / 前 주교회의 의장>
"오늘날의 전쟁은 시작하는 근거도 이루어지는 과정도 결과도 그 어디에도 더 이상 정의로움을 찾을 수 없는 죄와 악의 덩어리일 뿐입니다. 이러한 죄와 악을 행사하는 주체는 언제나 국가입니다."
전문가들은 종교가 평화를 촉진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임을출 베드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교회 활동을 제가 하면서 가장 회의적으로 느끼는 것은 지속성이 없습니다. 연속성도 없고. 그냥 이벤트입니다. 이벤트. 평화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축적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전쟁이 끝난 뒤 찾아오는 결과가 아니라, 종교가 먼저 증언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라는 것.
이번 가톨릭포럼이 던진 메시지입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