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열린 '하느님의 종' 방유룡 레오 신부 시복 추진 제2차 학술 심포지엄 중 주제 발표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고통과 상처 속에 희망을 잃고 위로를 갈망하는 이들이 많은 이 시대에 ‘하느님의 종’ 방유룡(레오, 1900~1986) 신부의 영성이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깊은 영적 위안과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 신부의 시복 추진을 위한 제2차 학술 심포지엄이 20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열렸다.
한국순교복자수도가족과 방유룡 레오 신부 시복시성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방 신부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했던 영성과 덕행과 거룩한 명성의 의미를 성찰하는 자리였다.
첫 주제 발표에 나선 최현식(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부는 방 신부 영성의 핵심을 ‘살아 있는 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에서 찾았다. 최 신부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심판하거나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먹여 살리기 위해 육화하셨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신부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 6,51)라는 말씀은 방 신부의 하느님 이해를 관통하는 핵심 구절”이라며 “방 신부는 이 구절을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다가오시는 방식과 인간이 하느님과 하나 되는 구체적 경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방 신부의 독창적 영성인 ‘면형무아(麵形無我)’를 지탱하는 신학적 토대로 풀이했다.
아울러 최 신부는 ‘면형무아’를 ‘살아있는 빵’의 신비가 인간의 인격 안에서 성취되는 상태로 설명했다. 누룩 없는 밀가루 떡이 성체의 형상인 면형이 되듯, 인간도 내면의 사욕을 완전히 비워 무아가 될 때 면형이신 주님과 일치를 이룬다는 것이다.
최 신부는 또 “방 신부에게 하느님은,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시고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방 신부가 바라본 하느님은 단순히 전능한 통치자가 아니라 자녀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닌 분”이라며 방 신부의 영성에서 모체이신 하느님을 따르고 그분께 매달리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이자 완덕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논평을 맡은 한민택(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자비를 중심으로 수립했다는 점에서 신학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면서 “방 신부의 영성이 자비의 영성, 희망의 영성으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면 고통과 상처를 경험하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큰 영적 위안과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범(토마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과) 교수는 방 신부의 업적과 명성을 발표하며, 일상 속에서 성덕을 꽃피운 생생한 일화들을 소개했다. 방 신부는 가톨릭교회와 자신을 비판하는 지식인에게 부드러운 성품과 포용력을 보여줬고, 장난꾸러기 동네 아이들에게는 다정한 동무가 돼줬다. 스스로 죄인이라며 굵은 쇠사슬 같은 팔찌를 차고 다녔으며, 백발의 노인이 돼서도 외부인이 있으면 한참 어린 수도자에게도 존댓말을 썼다.
조 교수는 “다만 성덕의 기원을 그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서만 찾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모든 성덕의 원천은 하느님으로부터 흘러나오기 때문”이라며 “방 신부를 기리는 일은 그를 이 세상에 보내신 하느님께로 영광을 돌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 신부가 걸었던 길을 따라가면서 그를 신앙의 ‘도달점’이 아닌,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