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20일 이탈리아 파비아 국립 입자선 암치료 센터에서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를 만나 축복하고 있다. OSV
파비아에서 소아환자 격려·신자 만나
‘아우구스티노 성인’ 유해 참배·기도
로디지아노로 이동해 성녀 유해 참배
이주민 위해 봉사한 ‘카브리니 성녀’
2027 서울 WYD 수호 성인 중 한 명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와 산탄젤로 로디지아노를 일일 사목 방문해 성 아우구스티노와 ‘이주민의 수호 성인’ 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 수녀(1850~1917)의 유해를 참배했다.
이날 오후 2시경 헬기를 타고 파비아에 도착한 교황은 먼저 국립 입자선 암치료 센터를 찾아 소아환자들과 가족, 병원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성 아우구스티노 유해를 참배하고 롬바르디아주 지역 신자들과 만난 교황은 산탄젤로 로디지아노로 이동해 카브리니 수녀의 성심 앞에서 기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이탈리아 파비아 황금 하늘의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아 성 아우구스티노의 유해에 분향하고 있다. OSV
교황의 파비아 사목 방문의 핵심은 ‘황금 하늘의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of San Pietro in Ciel d’Oro)’에서의 성 아우구스티노 유해 참배였다. 교황은 성인 유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유해함에 입을 맞춰 공경의 뜻을 표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430년 지금의 알제리에 해당하는 히포 레기우스에서 선종한 후 현지에 묻혔으나 이슬람 세력의 공격을 피해 사르데냐의 칼리아리로 이장됐다. 이후 720년경 파비아로 이장돼 현재에 이른다.
교황의 성인 유해 참배에는 롬바르디아주 지역 주교단과 사제단, 성 아우구스띠노회 수도자와 평신도 등 1800여 명이 함께했다. 교황은 기도 후 연설을 통해 “성인께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사랑하며 살라고 가르치셨다”며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에 사랑과 자선의 표징이 되어 용서와 화해·평화를 실천하는 법을 증거하길 바라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역사상 첫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교황이자 스스로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임을 강조해온 교황이기에 이번 방문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성인의 영성을 본받아 신앙의 쇄신에 나서겠다는 교황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비아교구장 코라도 상귀네티 주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님의 이번 방문은 교황님과 성인, 그리고 성 아우구스티노를 따르는 형제자매들이 다시금 영적 유대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이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 모두가 성인의 영성과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이탈리아 산탄젤로 로디지아노 성 안토니오 아보트와 성 프란체스카 카브리니 대성전(Basilica di Santi Antonio Abate e Francesca Cabrini)을 찾아 카브리니 수녀의 유해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OSV
교황은 이어 인근 산탄젤로 로디지아노로 이동해 성 카브리니 수녀에게 봉헌된 성당을 찾아 성녀의 유해(심장)를 참배했다. 카브리니 수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현지 이주민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한 ‘이주민들의 수호 성인’이자 미국 교회의 첫 성인이다. 카브리니 수녀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수호 성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카브리니 수녀의 삶 전체를 움직인 원동력인 동시에 성인이 이룬 모든 일을 이뤄내신 근원은 ‘예수 성심의 인간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이었다”며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판잣집부터 감옥에 이르기까지 이민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 성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전했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카브리니 수녀의 삶과 영성을 깊이 탐구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예수님과 선교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수녀님의 편지, 여행 일기, 피정 기록을 살펴본다면 관상과 함께 활동했던 수녀님 영성에 깊게 매료될 것”이라며 “성녀 카브리니의 모범과 전구를 통해 그리스도와 깊이 사랑에 빠지고, 가난한 이들을 섬기면서 부지런하고 관대한 품격으로 복음을 증거하길 바란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