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관련 토론회, 국회에서
A씨는 평소 즐기던 SNS에서 ‘고해성사’라는 계정을 발견했다. 남들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성(性) 고민을 나누는 공간처럼 보였다. 해당 계정이 팔로워 1000명 달성 기념으로 ‘몸매 자랑 대회’를 열자 A씨도 ‘얼굴이 나오지 않으니 괜찮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사진을 보냈다. 그러나 자신의 사진에 성적인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본 A씨는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지만, 계정주는 돌연 “다른 신체 촬영물을 더 보내주면 삭제해주겠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최근 5년간 매년 1000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효정 삭제지원팀장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채팅에서 시작되는 성착취 범죄: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대응체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인원은 2021년 6952명에서 2025년 1만 637명으로 53 증가했다”며 연평균 920여 명씩 느는 현황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김한규(토마스)·황정아(헬레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여성변호사회가 공동 주최했다.
김 팀장은 특히 피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10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10대 ‘미만’ 피해자도 전년 11명에서 지난해 2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대 피해자는 3052명에 달했다.
이어 “피해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피해가 확산한 뒤에야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SNS 이용자가 유해 계정이나 게시물을 신고하더라도,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의 관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신수경 변호사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현행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대화 등 관련 범죄를 인지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신고 의무를 명확히 하고, 피해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 2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위해 ‘지속성’과 ‘반복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피해 확산이 빠른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회성 범죄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연주 부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플랫폼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정 위원은 “영국은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나 아동에게 해로운 콘텐츠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과 서비스 운영 전반의 위험을 평가하고 개선할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예방적 안전조치를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책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준과 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호주에 이어 영국도 15일 어린이들이 SNS상 위험한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자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