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6월 22일 세계식량계획(WFP) 본부서 연설
레오 14세 교황이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것보다 분쟁의 전염성이 더 강해 널리 퍼지기 쉽다”며 “이러한 현실은 시스템의 결함뿐 아니라 정치적·윤리적 우선순위의 근본적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6월 22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세계식량계획(WFP) 본부에서 연설을 통해 기아와 영양실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할 것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권리는 모든 인간 존엄성에 근거한 기본 인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연설은 지난 4월 유엔(UN)이 발표한 ‘2026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47개국에서 2억 66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직면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6년과 비교하면 두 배에 육박한 수치다.
교황은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 능력은 늘고 있지만, 그만큼 취약한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이끄는 힘이 도리어 배제와 소외를 낳고, 인도주의는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아는 직접적인 피해자나 인도주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사회적 결속을 약화하고 분쟁과 강제 이주를 늘린다. 즉 취약함의 악순환을 이어가며 국제사회 전체에 타격을 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인도주의적 활동은 국제 질서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연대를 굳건히 하고 배제를 거부하며 천부인권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기아 및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다자주의 회복을 주문했다. 어느 국가도 홀로 전 지구적 과제를 풀 수 없기에 다자간 협력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교회와 시민 사회의 협력을 당부하며 △분쟁 지역 내 구호품 전달 위협 제거 △식량·물·의료 서비스의 지정학적 수단화 방지 △WFP 등 파트너 인도주의 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했다. 교황은 WFP 활동을 언급하며 “국제 협력에 대한 신뢰를 증명하며 새로운 길이 열려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교황은 회칙 「고귀한 인류」 내용을 언급하며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 뿌리를 둔 존엄성은 그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다”며 “이 진실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인류애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WFP 본부 방문 기간 구호활동 중 선종한 직원 171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벽에 헌화했다. 이어 최전선 활동가들과 화상 회의를 열고, 본부 직원들과 만나 격려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