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 배아 돌연변이 유전자 정밀 편집 성공
한·미 공동 연구진이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전례 없는 수준의 정확도로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학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생명윤리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실험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디터 에글리 교수팀과 서울대·고려대·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이 참여했다.
11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한·미 공동 연구진은 배아 단계에서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밀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은 DNA의 이중 가닥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염색체 손상 등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DNA 염기 하나만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의도치 않은 유전자 손상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기존 유전자 가위가 문장을 통째로 지우고 다시 쓰는 방식이었다면, 염기 교정은 오·탈자 한 글자만 수정하는 교정 작업에 가깝다.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염기 교정 연구가 처음 ‘유의미한 수준의 안전성’ 개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생명윤리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이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가르친다. 이에 인간 배아는 연구 재료가 아닌 ‘보호받아야 할 인간 생명’으로 보며, 배아 파괴를 수반하거나 생명의 탄생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연구를 비윤리적으로 판단한다. 아울러 질병 치료 목적을 넘어 부모가 원하는 외모나 지능을 갖춘 이른바 ‘디자인 베이비’를 만드는 데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생학 논란도 제기된다.
신경과학자이자 미국 국립가톨릭생명윤리센터의 수석 윤리학자 타데우시 파홀치크 신부는 미국 가톨릭 방송 EWTN과의 인터뷰에서 “이전보다 더욱 효율적인 방식으로 유전자 변형을 시도하는 것은 인간 배아가 아닌 동물 배아로 수행했어야 했다”면서 “연구 논문을 보면, 동물 배아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임에도 인간 생명인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또 실험 자체의 비윤리성을 넘어 배아를 얻은 방식도 꼬집었다. 파홀치크 신부는 “부모들은 연구진이 실험할 수 있도록 ‘남은 아이들’(냉동 배아)을 불임클리닉에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해진다”며 “이외에도 실험에 필요한 배아들은 체외 수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파홀치크 신부는 “배아 실험에서 추출된 줄기세포는 추가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인간을 창조한 뒤 파괴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며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