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쟁의 시대: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를 주제로 6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톨릭포럼에서 발제자들이 토론에 앞서 자리해 있다. 왼쪽부터 이승현 KBS 아나운서, 강우일 주교, 안병진·인남식·임을출 교수.
글로벌 다자주의 훼손으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일상화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폭력의 이면에 첨단 기술과 융합한 중세 복고주의와 종교적 서사, 국가의 폭력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회장 윤성도)는 6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다시 전쟁의 시대 :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를 주제로 제26회 가톨릭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국내외 분쟁의 원인을 논하고 진단하는 자리였다.
안병진(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인류 문명의 실질적 위험이 ‘중세 신정국가’를 꿈꾸는 빅테크 기업이라며 “앞으로 전 세계가 이 세력에 대응해나가는 것이 인류 문명에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가(MAGA) 진영과 결탁한 빅테크 세력은 반대편을 ‘적그리스도’로 규정한다”며 “미국 건국 초기 이념으로 삼은 자유주의의 모습이 아니라, 그 이전 정착민들이 원주민을 배타적으로 대했던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애국자본’이란 단어를 언급하면서 빅테크들이 군산복합체로 작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2~3년 전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군사기술 포럼에 나서지 않았지만, 최근엔 관련 종사자들로 가득 찬다”며 “이젠 팔란티어와 같은 신진 빅테크업체 중심의 군산복합체가 실리콘밸리의 지배적 사조”라고 꼬집었다. 강우일 주교 역시 “현대전에서 빅테크가 우상(偶像)으로 나타난 듯하다”고 공감했다.
중동전문가인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의 분석 역시 비슷한 결을 보였다. 인 교수는 “최근 이란 전쟁 등 중동 분쟁에 인공지능(AI) 기반 최첨단 무기체계가 동원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 권력자들이 종교를 도구화하고 있다”며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은 카르발라 순교자 서사나 특정 영토 회복과 같은 종교 서사에서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 교수는 “이스라엘 극우 강경 세력은 과거 아브라함 시대의 ‘위대한 이스라엘’ 영토를 회복해야 한다는 오랜 서사를 끌어와 공격을 정당화한다”면서 미국 내에선 “일부 복음주의 진영이 이스라엘 성지 회복과 예수 재림 등 종말론적 믿음을 바탕으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베드로) 교수는 ‘적대적 두 국가’ 등장 요인이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진단, “김정은 정권은 남한에 흡수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이 결정을 최선이라 판단한 듯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결정 요인 중 절반 이상은 남한의 책임”이라며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2018 남북정상회담 선언 등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사활을 걸었으나 이행되지 않았고, 이에 북한은 동족이 아니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주장하며 “그간 교회 활동도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며 “교회도 북한에 작은 신뢰를 만들어줄 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우일 주교는 “오늘날 전쟁은 무차별 살상을 낳는 죄와 악의 덩어리이며 이를 행사하는 주체는 언제나 국가”라며 “국가는 인권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섬기는 마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어 “시민 개개인이 국가에 씌워진 신성함의 탈을 벗겨내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