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AN] 베트남에서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로 살며 신앙을 지키다 1946년 순교한 쯔엉 부우 지엡 신부(1897~1946)가 순교 80년 만에 시복됐다.
시복식은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부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7월 2일 베트남 남부 껀터교구 관할 딱 사이 순례센터에서 주례했다. 딱 사이 순례센터는 지엡 신부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시복식에는 가톨릭 신자를 비롯해 약 7만 명이 참석했다. 교회 당국은 몰려든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순례센터를 지나는 국도에서부터 신자들을 안내했다. 베트남 순교자가 베트남에서 시복된 것은 지엡 신부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베트남 순교자들은 교황청에서 시복시성됐다.
시복식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신자들 사이에서 열띤 축제 분위기가 조성돼, 순례센터 도로 주변에는 교황기와 베트남 국기, 지엡 신부의 성덕을 드러내는 사진이 걸렸다.

타글레 추기경은 시복미사 강론에서 지엡 신부를 ‘신앙의 증인이자 순교자’라고 부르며 “그의 삶은 베트남교회뿐 아니라 보편교회와 인류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순교 사제는 우리 각자가 하느님을 선택하고, 매일의 삶에서 하느님께 의지하도록 초대한다”며 “가톨릭 신자들은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오늘날 세상은 진리를 증언할 용기 있는 사람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폭력과 증오, 분열, 선동이나 거짓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시복미사 전날 밤, 순례자들은 본당 신자들을 지키다 죽음을 맞은 지엡 신부의 생애를 기도와 극 형식으로 재현한 행사에 참석했다. 순례센터에 있는 그의 무덤과 동상 앞에서는 고해성사를 받거나 기도하려는 신자들의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20세기 베트남교회 첫 순교자인 지엡 신부는 1897년 베트남 안장주에서 태어나 1924년 사제품을 받은 뒤 메콩강 삼각주 지역 여러 농촌 본당에서 사목하던 중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겪었다. 신자들은 그에게 안전을 위해 피신하라고 권유했지만 지엡 신부는 본당 신자들을 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고, 1946년 3월 12일 딱 사이 본당에서 일본군 2명에게 살해됐다. 교황청은 2024년 지엡 신부를 순교자로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그는 기적 심사 없이 시복될 수 있었다.
껀터교구의 한 원로 신부는 이번 시복식에 대해 “베트남교회의 이정표가 되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지엡 신부가 보여 준 사랑과 희생적 봉사의 모범을 따르라”고 신자들에게 권고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