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이라 불리기도 하는 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대회는 일본에서 월드컵만큼 뜨겁습니다. 3,500개가 넘는 일본 고교 야구팀은 고시엔 우승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청춘 낭만이 매 경기마다 펼쳐지고 각 지역을 대표해서 올라온 팀을 위해 사람들은 열렬한 응원을 보냅니다. 하지만 ‘고시엔’이 유명한 이유는 승패를 떠나 예의를 배우는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난다.” 대회는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이 끝나는 잔인한 단판 승부입니다. 하지만 승부 이전에 홈플레이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양 팀 선수들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로 경기를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치열한 혈투 끝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면, 흙먼지를 뒤집어쓴 승자와 패자는 다시 한 번 마주 서서 고개를 숙입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어린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승패 이전에 예의를 배웁니다.
괴물 투수로 불리던 고교 시절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 역시 그 뜨거운 무대 앞에서 패배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지역 예선 결승에서의 패배. 자신의 마지막 고교 여름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 오타니 선수는 눈물을 닦고 자신을 이긴 라이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밉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몫까지 가서 꼭 전국 제패를 해줘. 응원할게.”
학생 선수들이 그라운드라는 작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기술만이 아닙니다. 나를 주저앉힌 상대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비록 지금은 졌지만 최선을 다한 상대방에 대해 응원해 주는 태도. 즉, 승리보다 더 값진 ‘상대에 대한 존중’을 고등학생 야구부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배우는 겁니다.
“스타벅스 가야지” 우리나라 고교야구 대회에서, 한 고등학교가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쳐 논란입니다. 혐오 발언을 외친 학교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시 교육청 차원에서 조사를 검토를 하고 교육부 장관이 “학생 선수들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기량이 아니라 품격”이라고 했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양심의 가책 없이 장난처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른들의 잘못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승리의 방정식만을 강요했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예의와 품격을 가르치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스포츠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승리의 기쁨만이 아닙니다. 사각의 링 위에서, 혹은 녹색의 그라운드 위에서, 우리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는 품격을 경기장에서 목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골, 역전만루홈런 만큼 페어플레이 속에서 피어나는 서로 간의 우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 고교 야구, 혐오를 던지다 >입니다. 경기장에서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이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아닌 우정과 존중의 언어로 승부를 펼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