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종합] 교황청이 승인 없이 주교 4명을 서품한 성 비오 10세회(Society of St. Pius X, SSPX)를 ‘이교(schism, 離敎)’ 상태로 선언하고, 서품에 관여한 주교 6명이 자동처벌의 파문제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교회법 제751조에 따르면, 이교는 ‘교황에게 대한 순종 또는 그에게 종속하는 교회의 구성원들과의 친교를 거부하는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7월 2일 교령을 발표하고, 전날 스위스 에콘의 성 비오 10세회 신학교에서 거행된 주교 서품이 “교황청 위임 없이, 교황의 뜻을 거슬러” 이뤄진 “이교적 성격의 행위”라고 밝혔다.
파문 대상은 서품을 주례한 알폰소 데 갈라레타 주교와 공동 주례한 베르나르 펠레 주교, 새로 주교로 서품된 파스칼 슈라이버·마이클 골데이드·미셸 푸앵시네 드 시브리·마르크 하나피에 주교다. 신앙교리부는 이들이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처벌의 파문제재”를 받았다고 선언했다.
신앙교리부는 또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이 성 비오 10세회의 이교에 동조하지 않도록 경고한다”며, 이에 공식적으로 동조할 경우 “행위 자체로 자동처벌의 파문제재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성 비오 10세회 성직자들이 성사를 불법적으로 집전하고 있으며, 이들이 집전하는 고해성사와 혼인성사는 무효라고 밝혔다. 성 비오 10세회 사제가 봉헌하는 미사는 성사적으로 유효하더라도 교회법상 허가되지 않은 불법 미사로 간주된다.
다만 평신도에게 파문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앙교리부는 성 비오 10세회에 “공식적으로 고착한” 평신도들이 이교자와 파문자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단순히 한 차례 전례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처벌의 파문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며, 성 비오 10세회의 이교적 입장을 자유롭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가톨릭교회의 전례와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성 비오 10세회 활동에 배타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번 조치는 1988년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가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 4명을 서품해 파문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르페브르 대주교가 설립한 성 비오 10세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전례 개혁과 종교 자유, 교회일치운동 등에 관한 공의회 가르침을 비판해 온 전통주의 단체다.
교황청은 그동안 성 비오 10세회와의 화해를 위해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해 왔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9년 1988년 불법 서품으로 파문됐던 주교들의 파문을 해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5~2016년 자비의 희년 기간 성 비오 10세회 사제들이 집전하는 고해성사의 유효성을 특별히 인정했다. 2017년에는 성 비오 10세회 공동체 안에서 거행되는 혼인의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도 허용했다.
그러나 성 비오 10세회가 이번 주교 서품을 강행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화해 노력은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외신들은 이번 교황청 조치가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때보다 더 엄격한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번 사태에 “큰 슬픔”을 표하며, “일어난 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재개되고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앙교리부는 설명문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 때부터 최근까지, 르페브르 대주교가 시작한 운동의 추종자들을 가톨릭교회와의 완전한 친교로 돌아오게 하려는 여러 시도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회는 돌보는 어머니로서 완전한 친교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모든 이를 진심 어린 애정과 깊은 배려로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앙교리부는 모든 신자에게 로마 교황과, 교황과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 온 교회와의 친교 안에 굳건히 머물 것을 권고하고, 성 비오 10세회가 주관하는 전례와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