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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립기념일에 ‘이주민의 섬’ 찾은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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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S, 외신종합] 의사인 피에트로 바르톨로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람페두사에 도착한 이주민 35만 명 이상을 30년 넘게 진료했다. 바다를 건너다 숨진 이들의 시신도 검안해 왔다.

그에게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몰타 인근 난파 사고 뒤, 한 아버지가 막내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한 손으로는 아내를, 다른 한 손으로는 세 살배기 아들을 붙잡은 채 헤엄쳤다고 했다. 그러나 더는 모두를 살릴 힘이 없다고 느낀 순간, 그는 큰아들의 손을 놓았다. 구조대는 바로 몇 분 뒤 도착했다. 바르톨로는 “아버지가 어느 아이의 손을 놓아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7월 4일 람페두사를 찾았다. 미국 출신 첫 교황인 그는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 기념일인 이날 모국의 행사 대신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의 관문인 람페두사에서 하루를 보냈다.

교황은 먼저 묘지를 찾아 지중해를 건너려다 숨진 이주민들의 무덤에 꽃을 봉헌했다. 이어 ‘유럽의 문’ 기념물에서 이주민 가족을 만나고, 파발로로 부두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봉헌하는 명판을 축복했다. 이후 람페두사 살리나 지역 운동장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로마 밖 첫 방문지로 람페두사를 찾아 ‘무관심의 세계화’를 규탄했던 여정을 떠올리게 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발자취를 따라 여러분을 방문할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묵상하며 오늘의 람페두사를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던 길처럼 위험한 길 위에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은 단순한 사고의 희생자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과 필요한 결정을 미룬 결과의 희생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 해 동안 이주민들을 맞아 온 어부와 자원봉사자, 구조대원, 공공기관 관계자, 섬 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들이 ‘연민의 기적’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 사랑 없이 하느님 사랑은 없으며, 내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면 이웃도 없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유럽이 긴급 구조에만 머물지 말고 장기적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보호하고, 지원하고, 통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동시에 개발도상국을 도와 “그 누구도 이주를 강요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유럽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 미국 건국의 이상인 자유와 종교 자유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민자들이 “처음부터 이 나라 역사의 일부를 이뤄왔다”고 상기시켰다.

교황은 “인간 생명을 보호한다는 것은 이민자들을 환영하고 보호하며 돕는 것도 포함한다”며, 이들을 맞아들이는 일은 “사랑의 행위일 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속한 존엄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독립 기념을 넘어 “이 나라의 아들딸들이 서로에게 지닌 책임을 성찰하라는 초대”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번 방문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로이터는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독립 250주년에 맞춰 이주민을 환영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고 보도했다. AP도 교황이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 대신 유럽 이주 논쟁의 상징적 장소인 람페두사를 찾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방문을 이주민을 위한 사목적 연대의 표현이자, 유럽과 미국 사회를 향한 도덕적 메시지로 해석했다.

지중해희망의 람페두사 이주관측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람페두사에 도착한 이주민은 거의 4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리비아에서 출발했다. 관측소는 그해 중부 지중해 항로에서 최소 1314명이 숨졌다고 기록했다. 다만 기록되지 않은 난파 사고가 많아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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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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