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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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걱정인형 마르타에게

박효실 기자(힐데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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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서울 세계 청년대회(WYD)가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8월이면 최대 100만 명의 청년 순례자들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0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아시아에 있는 한국을 찾는다.

기대와 걱정을 안고 올 청년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190년 전 사제의 꿈을 품고 마카오로 떠났던 16세의 김대건 신부님은 이토록 많은 이국의 청년들이 조선을 찾는 날이 올 줄 상상이나 하셨을까. 목숨 바쳐 신앙을 지켜낸 순교성인들이 만든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번 WYD는 비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회다.

청년 순례자들은 WYD 본대회(8월 3~8일)에 앞서 7월 29일~8월 2일 4박 5일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교구의 신자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된다. 본대회가 열리는 서울대교구는 본당별로 1000명 이상을 수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홈스테이 신청 공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언제든 “저요”하고 손을 들 생각이다.

우리 집은 여러모로 홈스테이에 최적화돼 있다. 부부 둘만 살아 빈방이 있고, 둘 다 요리를 좋아해 조식 준비도 어렵지 않다. 홈스테이 기간이 한창 더울 때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에어컨을 풀로 가동하면 될 일이다. 순례객들과 환담을 나눌 생각으로 나는 지난해부터 영어 회화도 공부하고 있다.

분명 특별한 추억이 될 4박 5일을 상상하며 “우리 너무 준비된 호스트 아니야?”라며 흐뭇해하던 어느 날이었다. 홈스테이에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다. 1) 생각해보니 손님방에는 에어컨이 없다. 2)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서 자려면 매트가 필요하다. 3) 거실이 주생활 공간이 되면 손님들이 불편할 거다. 4) 낡은 거실 마룻바닥이 군데군데 갈라져 까딱하면 발을 다칠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문 걱정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 급기야 바닥공사 견적까지 알아보는 지경이 됐다. 몇 년 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치솟아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한숨만 나왔다. 괜히 홈스테이한다고 설레발을 쳤나 후회가 밀려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어쩌면 좋냐며 넋두리했더니 친구는 웃음을 터트렸다. “슬리퍼를 신으면 되잖아. 우리나 맨발로 다니지, 그 친구들은 슬리퍼가 더 편할걸?” 우문현답에 이마를 탁 쳤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애초에 내가 왜 홈스테이를 하려고 했었는지를 말이다.

루카 복음 10장 41절에서 손님 맞이에 분주한 마르타에게 예수님은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홈스테이에 필요한 것은 결코 호텔 같은 시설과 조식 서비스가 아니었다.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인 그들을 위한 기도와 따스한 환대의 마음, 그것이면 충분했다.

교회가 하는 일은 세상의 일과 다르고, 달라야 한다. 모든 실무에 우선해 하느님이 이루실 일에 우리를 일치시키는 영적 준비가 필요하다. 기도로 마음의 그릇을 정갈하게 빚지 않은 채 그저 일만 한다면 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다를 바 없고, 봉사도 노동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본당에서는 지난 7월 1일부터 ‘WYD 이콘과 함께하는 묵주 고리기도’를 시작했다. 매일 오후 8시 10분 성전에 함께 모여 대회가 잘 치러지길 기도하며 마음을 모을 예정이다. ‘대회가 코앞인데 너무 기도만 하는 거 아니야?’라는 인간적 조바심을 내려놓고, 나 또한 그 일원이 되어 환대를 준비할 생각이다. 멀리 길을 떠나 아버지 집으로 오는 청년들을 두 팔 벌려 기다리고 계실 하느님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내 집에 오는 모든 순례자들에게 평화와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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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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