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버넘 의원, 영국 노동당 지도자 경선에 단독 출마 유력
영국 최초의 가톨릭 신자 총리가 배출될 전망이다.
6월 2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면서 영국 노동당은 차기 지도자 선출을 위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후보자 등록은 16일까지로, 이때까지 추가 입후보자가 없을 경우 경선 없이 1인 추대 수순을 밟게 된다.
현재(6일 기준)까지 경선 분위기는 그레이터 맨체스터 3선 시장을 마친 뒤 6월 18일 원내에 재입성한 앤디 버넘 의원의 단독 출마로 굳어지고 있다. 당초 경쟁자로 거론되던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 등 당내 다른 인사들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표명했다. 사실상 버넘 의원을 중심으로 당이 뜻을 모으는 것이다.
버넘 의원이 총리직을 맡게 되면 최초의 가톨릭 신자 총리가 된다. 역대 총리 중에도 가톨릭 신앙과 연관된 인물들이 있었는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1997~2007년 임기를 마친 후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가톨릭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총리직에 오를 당시엔 성공회 신자였다.
버넘 의원은 아일랜드계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 신앙 안에 자랐다. 복사로 활동했으며, 가톨릭 미션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2009년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외에 내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에버턴, 노동당, 가톨릭교회”라고 밝힌 바 있다. 2023년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아르헨티나 출신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의 유니폼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버넘 의원의 자녀 모두 가톨릭 학교에 다녔으며, 그의 형 닉 버넘은 가톨릭 학교 학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가톨릭 사회 교리 원칙인 평등과 공정, 정의, 가난한 이들에 헌신 등을 정책에 적용하려는 성향을 띠고 있다. 다만 동성혼이나 낙태, 말기 환자 조력사 등에 찬성해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면모도 보인다.
영국에서 사상 첫 가톨릭 신자 총리가 나오면, 영국 성공회 주교 임명에 관한 헌법 조항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1829년 영국에서 가톨릭 구제법(해방령)이 제정됐는데, 이 법으로 가톨릭 신자들도 의회에 입성하고 공직을 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법 제18조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는 성공회 주교 임명에 관해 왕실에 자문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버넘 의원이 총리가 될 경우 이를 이행할 수는 없게 된다. 존 톤지 리버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교계 매체 EWTN에 “버넘 의원이 총리가 되면 법적으로 국왕에게 성공회 주교 임명에 대해 제청할 수 없다”며 “대신 법무부 장관이 조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영국 하원 도서관 소속 데이비드 토런스 헌법 전문 연구원은 “영국 정부가 지난해 이 종교적 제약 해소를 검토했으나, 다른 시급한 사안을 이유로 논의를 유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