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 안락사 제한적 허용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12세 미만 아동이 안락사로 사망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아동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만큼 더욱 심각한 생명윤리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임신 후기 낙태 및 안락사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세 미만 아동 1명이 안락사로 사망했다. 이는 네덜란드가 제한적 조건 아래 해당 연령대의 아동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하도록 규정을 확대한 이후 처음 확인된 사례다.
사망한 아동의 나이와 질환, 가정환경 등 구체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사례는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독립기관인 법의학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상태다. 소피 헤르만스 네덜란드 보건부 장관은 6월 22일 하원에 보낸 서한에서 “법의학위원회는 해당 사례를 검토한 뒤 검찰에 자문 의견을 전달했다”며 “검찰은 이를 토대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2024년부터 제한적 조건 아래 1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전에도 1세 미만 영아와 부모 동의를 전제로 한 12세 이상 미성년자의 안락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1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은 불치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으며, 합리적인 치료나 완화의료 대안이 없을 경우에 한해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다. 네덜란드 보건부는 해당 제도가 “절망적이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말기 환아 등 극히 제한적인 사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자 네덜란드 국립가톨릭생명윤리센터 조셉 미니 선임연구원은 “이는 심각한 윤리적 위반”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특히 아동 안락사는 아동이 스스로 충분한 판단과 동의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안락사가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인도적인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보고된 안락사는 1만 건을 넘어섰으며,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안락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미성년자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네덜란드와 2014년 연령 제한을 폐지한 벨기에 등이 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