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성장합니다. 좋은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인공지능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AI)을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정제된 좋은 데이터’ 확보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생존 과제입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최근 여러 정부는 AI 혁신이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기업과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 업체가 요청할 경우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건 질병이나 범죄 경력 같은 민감 정보까지 그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익명 및 가명으로 처리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조금만 살피면 사실상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개인정보를 받아 이용 할 수 있는 업체도 기업을 포함한 개인 사업자도 일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벌써부터 일본 내에서는 ‘최악의 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우리는 더 최악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 원본을 익명 및 가명처리조차 하지 않고 인공지능기술개발에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가명 처리를 기본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일본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나의 모든 원본 데이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 기업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재료가 된다는 겁니다. 인공지능개발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상 취득’하려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정보인권을 내팽개친 것이다. SK텔레콤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비난했던 모습이 우습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첫 인공지능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인공지능 기술이 소수 기업과 권력자에게 독점되어 인간을 소외시키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황은 “AI를 무장해제해야 한다”고 전 세계에 강력한 경고장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무장해제’란 기술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닙니다. 기술 권력이 데이터 소유권을 독점하고 그것이 곧 통치권이자 당연한 권리인 양 군림하는 비인간적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엄중한 선언입니다. 교황은 무분별한 정보 추출 이면에 숨겨진 착취를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예제’라 규정했습니다.
인공지능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독자적 인공지능(Sovereign AI)’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SK와 삼성그룹 총수를 “국민영웅”이라 부르며 전 세계 인공지능 경쟁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인공지능의 구축은 자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약탈하여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 속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온전히 존중할 때,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 ‘인간 중심의 기술 혁신’이 가능해집니다. 인공지능 속도전에 밀려 윤리와 양심의 벽마저 무너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인공지능 키운다고 개인정보 넘기는 우리 >입니다. 모두의 인공지능도 윤리의 대상임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