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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전해진 손글씨…교도소 견진성사가 남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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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요비 주교가 7일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견진을 받는 수용자의 이마에 축성 성유를 바르고 있다.

▮ 담장 안에서 만난 희망

교도소 취재는 늘 쉽지 않습니다. 사전 공문 접수와 여러 보안 절차를 거쳐 들어가는 교도소는 기자에게도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3년 만에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열린 견진성사를 취재하기 위해 5개월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7월 7일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 주례로 3년 만에 견진성사가 거행됐습니다. 이날 12명의 수용자가 성령의 은총을 청하는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 교도소 측에 견진성사를 받은 수용자들의 소감을 부탁했습니다. 며칠 뒤 전해 받은 손글씨에는 '감사', '용서', '은총', '가족' 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수록, 견진성사가 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의미로 남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특별한 견진성사 

이날 견진성사는 수용자들에게 단순한 성사를 넘어 새로운 삶을 향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성사의 기쁨은 물론이고, 지난 삶을 돌아보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 수용자는 "오랜만에 많은 분들께 축하를 받았다"며 "감사하고 벅찬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세례를 받을 때처럼 마음과 머릿속에 신비로움이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수용자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의 존재를 느낀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웠는데, 견진 교리를 통해 하느님이 가장 가까운 일상 속에서 함께하고 계셨음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하느님의 자녀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수용자들은 5주 간 견진 교리를 받으며 견진성사를 준비해왔습니다. 

한 수용자는 몇 달 전 서울남부교도소로 이감된 후 첫 미사에서 견진교리 신청자를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신청한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임을 알기에 주님이 다시 손을 내밀어 주신다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신부님이 고해성사 때 하느님께서 늘 먼저 용서해주신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남았다"며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른 수용자는 견진성사를 받기 위해 공장을 옮기는 선택까지 했습니다. 그는 "익숙해진 업무와 1인 독거실을 포기하고 다시 막내로 시작해야 하는 쉽지 않은 선택의 순간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이번 계기가 아니면 영원히 냉담할 것 같은 두려움, 무엇보다 겉모습만 천주교인인 자신이 싫었다"면서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선택했고 준비하는 모든 시간이 소중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수용자는 "교육을 받으면서 성령의 은총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새기는 시간이었다"면서 "진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 "가장 간절한 기도는 가족"

견진성사를 받은 수용자들에게 신앙이 가장 절실한 순간은 언제인지 물었습니다.

한 수용자는 '가족'을 꼽았습니다. "죄값을 치르고 있는 저 못지 않게 바깥에서 '죄인의 시간'을 살고 있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 걱정, 후회..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마음이 깊어져 가고 상처가 느껴질 때마다 '제발! 주여 도와주소서'하고 간청하게 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견진성사를 통해 나를 위한, 내 가족을 위한, 내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신앙에서 남을 위한 기도와 배려를 더할 수 있는 신앙을 추가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수용자는 "모든 순간 신앙이 필요하고 힘든 순간일수록 더욱 간절해진다"고 했습니다. 특히 "고집이 세지고 자만에 빠지는 순간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그런 시기에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려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다른 수용자도 "고난과 시련의 시기에 있을 때 모든 걸 폭주하고 포기해버리는 무책임함이 아닌 그리스도인의 삶과 지혜의 은총을 따라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 손글씨를 통해 전한 고백

수용자들이 직접 써 내려간 견진성사 소감을 여러 번 읽어 보았습니다. 저마다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손글씨에 담긴 바람은 놀랄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감사했고, 용서받고 싶었으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것. 그들에게 견진성사는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의 시간이었습니다. 취재는 끝났지만, 그들의 손글씨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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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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