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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창설자 ''선종완 신부'' 선종 50주기 학술 심포지엄

수녀회 본원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서 선 신부 업적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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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총대리 겸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를 비롯한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기 학술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제공



“사람이 저홀로 있음이 좋지 않으니, 그와 대등(對等)한 돕는 이를 만들어 주겠노라.”
 

1958년 한국인 최초로 구약 성경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긴 선종완(라우렌시오, 1915~1976) 신부는 창세기의 여자를 남자와 ‘대등한 존재’로 해석했다. 이는 20년 뒤 서구 여성신학계에서 나온 ‘그에게 어울리는 짝’이라는 표현보다도 한 걸음 앞선 여성 시각의 번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선 신부가 학력과 경제적 형편 때문에 수도 생활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여성들을 위해 1960년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를 창설한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교육 사업을 통해 실천해온 복음 정신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선 신부 선종 50주기를 맞아 11일 경기 과천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본원에서 ‘말씀으로 산 사제,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를 주제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다.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기 학술 심포지엄에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제공



주제 발표를 맡은 이환진(감리교신학대학교 명예교수) 목사는 선 신부를 4세기경 불가타(대중 라틴어 성경)를 번역한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에 빗대 ‘동아시아의 예로니모’라고 불렀다. 이 목사는 “성경을 번역하기 위해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를 설립하고 수녀들과 함께 성경을 번역한 선 신부는 성 예로니모를 닮았다”면서 “성인이 바울라 성녀의 헌신으로 불가타를 번역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의 성경 번역 역시 수녀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아시아 성경 번역 전통에서 이렇게 여성과 함께 번역하면서 여성 시각의 번역 성경을 내놓은 번역가도 찾기 어렵다”며 “‘그와 대등한 돕는 이’(창세 2,18)라는 번역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현재 가톨릭 성경은 해당 히브리어 원문 표현을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민석(대건 안드레아) 한국교회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선 신부는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를 창설해 성경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공동체적 모델을 제시했다”며 “이는 성경을 학문적 연구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살아 있는 규범으로 구현하고자 한 시도”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배우지 못한 여성들도 수도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번역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수녀회를 설립했다”며 “의료 봉사·교육·사회사업 때문에 학력 등을 입회 자격으로 요구했던 여느 수도회와 달리, 초등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만 갖추면 받아들여 수련을 받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선 신부가 신학교에 다녔던 일제강점기, 한국 교회가 학생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무료 교육을 시행하고자 한 분위기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선 신부의 생애는 용소막이라는 굳건한 신앙 공동체와 한국 가톨릭교회의 신학교 교육이라는 역사적·제도적 기반 속에 형성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 신부의 1948~1952년 로마·예루살렘 유학 시절 육필 노트 44권과 구약 성경 번역본 「선종완역」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노트에는 히브리어·그리스어뿐만 아니라 아람어·수메르어·아카드어·이집트어 등 고대 근동 언어를 체계적으로 학습한 내용과 발굴 유물을 스케치한 기록이 담겨 있다. 주 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선 신부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통틀어 고대 근동학과 본문 비평을 가장 먼저 수용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성서학자’라고 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종완역」은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성서 입문서”라며 “가톨릭 전승에 충실하면서도 ‘야훼’나 ‘판관기’ 등 수많은 번역어를 참신하게 제시한 연구서”라고도 말했다.

 

7월 11일 경기 과천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본원에서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기 학술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제공



이날 심포지엄은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와 선종완신부시복추진위원회가 마련했다. 선 신부의 제자인 서울대교구 총대리 겸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가 축사를 맡았다. 선 신부는 말년에 원주교구 소속이었으나 1976년 서울 명동 성모병원(현 가톨릭회관 건물)에서 선종했으므로, 그의 시복시성 안건의 관할 주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다. 정 대주교는 올해 초 선 신부의 시복시성 추진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청구인인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당시 총원장 고 정복례 수녀가 수녀회 소속 노경숙 수녀를 안건 청원인으로 지명한 것을 승인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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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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