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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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김수환 말고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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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한국을 찾았다. 젠슨 황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삼성·현대차와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치킨집·피시방·야구장·대학교까지 종횡무진 움직인 젠슨 황에 청년들은 환호했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같은 재벌 총수를 청년들은 친근하게 여긴다. 총수들의 얼굴을 인공지능으로 합성해 일명 ‘총수 밈’을 만들 정도로, 한때 비판과 반감의 대상이었던 ‘부잣집 아들’은 청년들에게 ‘인플루언서’ ‘영웅’이 되었다. 이렇게 청년들이 부유한 기업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에는 한국 사회 청년들의 깊은 절망이 있다.

청년들이 느끼는 절망의 핵심은 일자리 부족과 자산 격차다.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기업은 사람을 뽑지 않는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주요 대기업은 공채를 줄여가며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신입은 입사지원서조차 내지 못한다. 학교 졸업 후 인턴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하지만 어쩌다 서른 살이 넘어버리면 이제는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는다. 반도체 성과급 소식은 취업 언저리에도 가지 못한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감만 심어준다. 고소득 일자리에 속아 캄보디아에 간 청년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나마 취업은 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리기라도 하지, 자산 격차는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다. 청년들은 대학교뿐만 아니라 부동산·자동차를 넘어 젖병과 유모차까지 피라미드 계급도를 그리며, 공화국의 신분제를 부활시킨다. 신분의 기준은 철저히 가격, 돈이다. 돈이 신분인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아이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아이들로 나뉜다.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계급도가 MZ 세대의 ‘놀이문화’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허상을 본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이 절박한 청년들은 어른들이 부동산을 통해 수십억 원의 불로소득을 마련하는 것처럼 주식과 코인 투자에 매달린다. 인생의 마지막 구원의 동아줄을 잡는다는 마음으로 청년들은 ‘청춘’을 베팅한다.

더욱이 이런 상황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좌절이다. 영원한 정치구호 ‘검찰개혁’과 상상의 괴물 ‘부정선거’와 싸우며 권력 다툼만 하는 정치는 청년들을 선거 ‘표 계산’으로 바라보지 권리가 있는 ‘시민’으로 보지 않는다. 어른들 일에 끼지 말고 ‘애들은 나가 놀아라’이다. 결국 청년들이 살아보겠다며 선택하는 건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다. 청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그렇다고 이 절망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다시 희망을 말하기 위해 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은 왜 ‘부유한 기업가’ 외에 다른 구원의 손길을 찾지 못하는가.

20여 년 전에 사람들은 종교인을 찾았다. 2000년대 초, 한 잡지가 조사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에 김대중·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이 선정됐다. 보수·진보, 종교 유무 구분 없이 많은 이가 김수환 추기경을 닮고 싶어 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젠슨 황에 열광한다. 그때와 지금,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독재는 물러갔지만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정치는 여전히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삶은 더 팍팍해졌다. 달라졌다면 시대의 아픔을 함께할 ‘어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누구를 존경하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더 이상 ‘종교인’을 말하지 않는다.

1년 뒤, 레오 14세 교황이 한국에 온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광주의 비극,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의 슬픔과 함께했다면 레오 14세 교황은 청년의 ‘절망’과 함께한다. 청년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할 것이다. 그날을 기도하며 기다린다.



조승현 신부(cpbc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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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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