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역 인근에서 15년 동안 운영돼 온 민간 쉼터가 오는 10월 자리를 옮깁니다.
폭염 속 더위를 피하던 공간이 사라지게 되면서 이용객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민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오후 3시 반, 쉼터는 무더위를 피해 찾아온 이용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빈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 개신교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서울역 인근에 있는 유일한 민간 쉼터입니다.
폭염과 폭우를 피해 하루에 홈리스와 노인 약 300명이 이곳을 찾습니다.
짐을 보관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김길용 / 쉼터 이용객>
"(새벽) 5시에 와요. 5시에 깨서 운동 삼아 여기로 오는 거예요. 아래 가면 100원짜리 (커피) 있어요. 저 동생도 착해가지고 커피도 잘 쏴요. 서로 그렇게 지내는 거죠."
지난 15년 동안 이용객들의 곁을 지키던 쉼터는 올해 10월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합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더 이상 서울역 인근에서 운영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쉼터 이전 소식에 이용객들은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민병선 / 쉼터 이용객>
"걱정이죠 일단. 여기 없으면. 보시면 저 위에까지 한 100명 될 거 아닙니까. 여기가 거기로 떠나시면. 우리가 갈 수도 없고 출퇴근도 안 되잖아요."
서울역 일대 재개발이 이어지고 임대료 부담도 커지면서, 민간 쉼터가 자리를 지키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쉼터 이전으로 생기는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원호 /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서울역에 북부역세권 개발이나 바로 맞은편 동래동 재개발이나 등등 이런 이 개발 사업으로 인해서 서울역 인근의 홈리스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진 것도 사실이고요. 민간에서 운영하던 공간도 없어지는 상황에서 홈리스들이 머물 공간이 계속해서 좀 줄어들고 부족하고요"
하지만 무더위 쉼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더위쉼터는 임시방편일 뿐, 정책은 최소한의 거주 여건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돼야 한다는 겁니다.
<남기철 /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소한의 거주 여건을 만드는 게 기본적인 공공의 책임이고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하고 민간마저도 무더위쉼터를 운영해야 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거리의 홈리스부터 갈 곳 없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취약계층에게 폭염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