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가운데)와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정정인 목사(왼쪽)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법 개정 없는 낙태약물 허용애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앵커] 천주교와 개신교가 법 개정 없는 정부의 낙태약 허용 움직임에 한목소리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낙태가 아닌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종교계 요청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윤재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천주교와 개신교를 대표해 주교와 목사가 29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한 사람의 사제로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뗀 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오간 법 개정 없는 낙태약 판매 허용을 둘러싼 논의에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문창우 주교 /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장>
"이 약물로 인해 사라지는 태아의 생명에 대해서는 이제 그 자리에서 단 한 마디라도 언급되었습니까?, 없었습니다. 단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도덕적 불감증"이라며 "생명의 문제 앞에서 국가가 보여준 모습이 '책임 회피'였다는 사실에 참으로 부끄러웠다"고 개탄했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의 문제는, 어렵고 복잡하고 고통스런 논쟁이지만 피할 수 없는 국가의 숙제"라고 짚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문제로 치부하며 비켜가려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문창우 주교 /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장>
"갈등을 서둘러 덮기 위해, 표를 의식하여, 약물 허용이라는 임시방편식 지름길을 택하려 합니다. 이것은 초법적이며 포률리즘적인 발상입니다.”
문 주교는 "정부가 진정으로 책임 있는 주체라면 미혼모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양육비를 강제로 징수할 수 있는 법안, 위기 임산부를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구조적 대안을 먼저 논의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약물을 허용해서 더 쉽게 낙태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국가의 책무가 아니"라고 일갈했습니다.
<문창우 주교 /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장>
"단지 약품 유통을 허용하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국가의 진정한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정정인 목사는 "정부의 과도한 행정력으로 낙태 약물을 허용하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위기 임신을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낙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경제적 지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정인 목사/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국가 생명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법안을 만들거나 행정력을 동원해서는 안됩니다. 낙태는 명백한 살인입니다. 건강한 사회는 생명존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정정인 목사(가운데)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천주교·개신교 공동기자회견에서 법 개정 없는 낙태약물 허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용근, 조배숙 의원,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김철훈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장 문창우 주교(오른쪽 두 번째),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오석준 신부(오른쪽).
기자회견에는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 오석준 신부를 비롯해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김철훈 목사, 그리고 국민의힘 윤용근, 조배숙 의원이 함께했습니다.
정부가 법 개정 없는 낙태약 판매 허용 추진을 철회하지 않는 한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종교계의 연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