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6년 11월, 당시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다블뤼 신부님이 자신의 친동생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눕니다.1)
어느 교우촌 근처에 외교인들이 사는 네 채의 집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천주교 신자였다가 신앙을 저버린 배신자가 교우촌의 신자들을 괴롭히려고 마을을 찾아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배신자 때문에 그날 저녁, 그 마을이 온통 뒤집혔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교우촌의 신자들은 모두 산으로 피신했답니다. 이때 그 교우촌의 이웃에서 네 채의 집에 살던 외교인들은 교우촌 신자들이 자신들이 살던 집을 두고 산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왜 피신해서 산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외교인들은 이유를 알아보려고 산속에 있는 신자들을 직접 찾아나섰습니다. 그리고 산속에서 교우촌 신자들을 만나자, 외교인들은 ‘왜 멀쩡한 집을 두고 이렇게 산속에서 숨어 지내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산속에 숨어 있던 신자들은 그 외교인들에게 달리 대답할 말이 없자, 자신들은 천주교를 믿으며 교우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 혹여 그 배반자 때문에 박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산으로 와서 숨어 살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외교인들은 천주교 신앙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신자들은 그들에게 친절히 답변을 해 주었으며, 외교인들은 그 말을 듣고 수긍을 했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설득력 있는 말솜씨를 가진 교우촌 신자가 그 외교인들이 사는 집을 지나던 길에 외교인 네 채의 집에 사는 남자들, 여자들 모두를 모아 놓고 교리를 가르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예외 없이 그들 모두가 천주교에 입교를 했던 것입니다.
다블뤼 신부님 표현으로는 외교인 네 집 식구들이 천주교에 입교한 때가, 불과 서너 달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입교한 때가 8월 혹은 9월이 되고, 그러면 한창 추수할 때였기에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바쁜 날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인 집 네 가구에 사는 남자들과 여자들은 세례성사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교리를 알게 된 것입니다.
다블뤼 신부님의 표현으로는 ‘어림잡아 스무 명이 되는 네 집의 식구들이 배신자를 통해 천주교에 입문한 셈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그 배반자가 교우촌이 있는 마을을 찾아오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도 그 외교인들에게 천주교 신앙을 전교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테고, 외교인들에게 천주교 신앙을 가르칠 수도 없었기에…. 다블뤼 신부님은 “마귀가 할 말을 잃었다”고 적으며 편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천주교를 믿다가 신앙을 배반한 이들이 천주교 신자들을 관아에 고발하려고 교우촌을 찾아왔을 때 신자분들은 얼마나 놀랐고 두려웠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살던 집을 두고 몸만 피해서 산으로 올라가 숨어 지내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근처에 살던 외교인들이 이런 모습이 궁금해서 산속 교우들을 찾아갔고, 그게 계기가 되어 외교인들이 천주교 신앙을 믿게 되면서 그들의 입교를 축하해 주었을 때 교우들의 기쁨도 생각해 봅니다. 문득, 하느님의 섭리는 오묘하기 그지없음을 알게 됩니다.
살면서 주변에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일상 안에서 늘 부딪히는 사람도 있고, 만나기만 하면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신앙을 비웃거나, 우리가 믿는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하느님께서 우리가 겪는 그런 상황들을 허락하시면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신앙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려는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미움을 사랑으로, 불목을 화목으로, 불신을 신뢰로, 두려움을 기쁨으로, 시기 질투를 용서와 화해로 이끄시는 분, 바로 그분을 우리는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배반자의 위협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신앙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 우리 주님의 섭리를 묵상해 본다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힘겨운 문제는 우리가 좀 더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좋은 것만을 주시려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선물로 변화시켜 주시는 분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움, 불목, 불신, 두려움, 시기, 질투를 사랑의 선물로 바꾸시는 하느님은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글 _ 강석진 신부 (요셉,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1988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 입회, 1997년 종신서원을 했으며, 1998년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서강대학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가톨릭대학교에서 역사 신학을 전공했다. 현재 전주교구 내 ‘개갑 순교성지’(전북 고창 소재)에서 성지 담당 소임을 맡고 있다. 저서로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가족편, 관계편), 「순교, 생명을 대변하는 증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