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기를 포기한 모로코 이주민들이 7월 31일 스페인 세우타에서 모로코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OSV
교황, ‘반 이민’ 기조 속 우려 전달
일부 유럽 국가들 국경 검문 강화
현지 교회, 긴급 지원 뜻 밝혀
레오 14세 교황은 스페인 세우타에 수만 명의 모로코 이주민이 한꺼번에 유입된 사건에 대해 인도주의적·외교적 위기 발생을 우려하며 해결책을 촉구했다. 세우타 지역 교회는 이주민의 급격한 증가로 부담이 가중된 도시 내 이주 지원 시설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교황은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한 삼종기도 후 연설에서 “세우타의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평화와 안정, 정의를 실현할 해결책이 마련되길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교황이 직접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는 사건 직후 유럽 내에서 ‘반(反) 이민’ 기조가 계속 강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를 계기로 유럽연합(EU)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거나 이러한 조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각국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7월 30일~8월 1일 사흘간 모로코에서 최대 6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국경을 맞댄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영토인 세우타로 한꺼번에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3일 현재 72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은 모로코에서 헤엄쳐 세우타로 향하던 중 익사했다. 일부는 방파제 장벽을 넘던 중 압사했다. 스페인 당국은 모로코와의 국경 검문소 인근에 추가 차단벽을 설치하고, 익사자를 찾기 위해 인근 해변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이 7월 29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 정원에서 열린 '평화의 찬가(Canticle of Peace)'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OSV
반(反) 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사태 발생 직후 스페인과의 해상·항공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며 스페인에 한해 솅겐 조약을 한시적으로 취소한 상태다. 3일 현재 이탈리아 당국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여행객에 EU·비EU 출신을 가리지 않고 여권을 확인하는 등 입국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7월 30일 SNS를 통해 “세우타 사건은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이 유럽 안보에 구체적 위협을 가한 사례”라며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스페인과의 국경 통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핀란드 역시 “스페인 정부의 미흡한 국경 관리가 문제의 원인”이라며 이탈리아의 조치에 지지할 뜻을 밝혔다. 프랑스 역시 국경 검문을 강화한 상태다.
당사국인 스페인 정부는 “세우타 사태 극복을 위해선 유럽이 다시 연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EU의 국경을 지키는 일은 남유럽 접경국들만이 아닌 EU 전체의 공동 책임”이라며 “EU 내무부 장관 회의를 통해 세우타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고 EU 외부 국경 보호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건이 발생한 세우타시는 갑작스러운 이주민 급증으로 혼란에 빠졌다. 국경을 넘어온 이주민 가운데 4만 8000여 명은 48시간 이내에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남은 이주민들을 보호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AP통신 등 외신은 수천 명의 이주민이 보호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와 공원에서 노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지역 교회는 이주민의 증가로 어려움에 처한 도시를 돕기 위해 긴급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스페인 카디스·세우타교구는 7월 31일 성명에서 “교회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많은 사람을 우려하며 바라보고 있다”며 “교구는 이주민을 돕는 공공 시설 및 민간 시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시 당국의 역량을 존중하면서 필요에 따라 교구가 보유한 인적·물적 자산을 아낌없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