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키갈리대교구장 앙투안 캄반다 추기경이 4일 키갈리 성 파밀레 호텔에서 열린 2026 시그니스 세계총회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 커뮤니케이터들의 만남과 논의의 장인 시그니스(SIGNIS) 세계총회가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미디어와 관련한 현안을 나누고 8일 막을 내렸다. 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은 3일부터 열린 총회에서 인공지능(AI)과 전쟁, 양극화와 허위정보의 시대에 미디어가 진실과 인간 존엄을 지키고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32년 전 미디어가 증오와 학살을 부추겼던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가톨릭 언론인들은 ‘소통의 책임’을 되새겼다.
시그니스 세계총회가 아프리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문화적 조화와 건강한 환경을 위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열린 총회에는 지구촌 5개 대륙 40여 개국에서 가톨릭 언론인과 방송인, 영화 제작자, 디지털 커뮤니케이터 등 약 300명이 참가했다.
이번 총회는 미디어가 증오와 분열을 키울 수도, 상처 입은 공동체를 잇고 평화를 세우는 힘이 될 수도 있음을 르완다의 역사 앞에서 다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르완다에서 1994년 투치족을 대상으로 한 집단학살 발생 당시 일부 언론은 분열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데 가담했다. 키갈리대교구장 앙투안 캄반다 추기경은 총회에서 “언론 자체가 그 과정에서 강력한 행위자로 기능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후 르완다의 미디어는 일치와 화해, 평화의 도구로 변화해왔다”고 강조했다.
참가 언론인들은 공식 일정으로 키갈리 제노사이드 메모리얼을 찾아 희생자들에게 장미꽃을 봉헌하고 기도를 바쳤다. 교황청 복음화부 사무총장 포르투나투스 느와추쿠 대주교는 방명록에 “건전하고 올바른 소통의 부재가 한 민족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고통스러운 모습”이라고 적었다. 이어 “가톨릭교회의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역시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당시 교회의 부족했던 증언에 대해 성찰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AI 시대에도 소통의 주체는 인간이며, 디지털 공간은 수익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연결과 친교를 이루는 공동체 공간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나눴다. 또 여성·어린이·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방안과 디지털 공간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 장관은 영상 메시지에서 “소통은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며 “우리가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혁신은 더 똑똑한 기계가 아니라 더 인간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주르완다 교황대사 아르날도 카탈란 대주교가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총회가 진리 추구와 인간 존엄 존중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모색해 친교와 평화, 환경보호의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