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이 2025년 10월 25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트리엔트 양식의 라틴어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당시 미사는 레오 14세 교황의 특별 허가를 받고 거행됐다.OSV
레오 14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 전통 라틴어 미사(트리엔트 미사)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교황청 경신성사부 장관 아서 로시 추기경은 7월 29일 자로 발행된 영국 가톨릭계 잡지 ‘더 태블릿’과의 인터뷰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 내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자의교서 「교황들」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황청 경신성사부는 교회 전례와 성사 전반에 관한 규정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로시 추기경이 언급한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은 2021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포한 문헌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7년 7월 반포한 자의교서 「교황들」을 통해 허용한 1962년판 「로마 미사 경본」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허용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더 큰 아량으로 확대한 라틴어 미사 거행은 다양한 전례 감성을 가진 교회 단체들의 일치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는 단체 사이의 간극을 확대했고 불일치를 조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의회 이전의 미사 경본 사용을 제한한 것은 교회 일치를 촉진하고, 공의회의 뜻을 수용하기 위해 전례 개혁 이후의 규정을 따르자는 조치다.
로시 추기경은 인터뷰에서 “이전의 전례 양식을 고집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문헌에서 교회의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으면 이전 전례 양식으로 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며 “그들이 왜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로시 추기경의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외신들은 전통 라틴어 미사 전례를 고수하는 이들에겐 충격을 줬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미국 가톨릭계 인터넷 언론 ‘National Catholic Reporter’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전례 양식을 고수해온 이들은 지난해 10월 레오 14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주례로 트리엔트 양식의 라틴어 미사가 봉헌된 것을 보며 제한을 완화할 것이란 희망을 품었지만 이는 물거품이 됐다”며 “실제 레오 14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라 확립된 현행 전례를 로마 전례의 중심적이고 규범적인 행태라는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러한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