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전통 배우며 현대 문명 도전에 함께 답 모색대화 지침서 발표… 정의·연민·평화 위한 협력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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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 참가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말레이시아 쿠칭대교구장 시몬 포 훈 셍 대주교,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차관보 폴랭 쿠부야 신부, 차관 인두닐 코디투와쿠 몬시뇰,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성균관 최종수 관장, 서강대 총장 심종혁 신부.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논어 학이편 1장)
4~5일 서울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은 종교 간 벽을 허물고, 우정과 환대를 향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번 행사는 교황청 종교간대화부가 주최, 주교회의와 성균관·서강대학교가 주관했다. 교황청과 한국 유교의 대표격인 성균관이 공식적으로 마주 앉은 자리였다.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 유교의 ‘대동(大同)’이라는 주제 아래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지에서 모인 종교학자 및 종교 지도자들은 두 종교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혔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등 현대 사회가 마주한 도전들과 관련한 종교의 역할도 논의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은 기조연설에서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 유교의 ‘대동’이라는 비전이 “불확실성이 큰 변화 속에 새 지평을 보여준다”며 “두 종교는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세계관에서 탄생했지만, 전통을 향한 충실함과 변화하는 미래 열망을 엮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콜로키움에서 우리는 각자의 전통을 간직하며 서로 마주하고 배우며 함께 나아가자”고 요청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두 종교가 시대적 열망에서 비롯된 역사를 상기하며 “콜로키움을 통해 모든 이와 함께 공동선에 이바지하고 인류의 연대를 묶으며, 쉼 없는 대화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첫 콜로키움을 통해 그리스도교-유교 간 대화 지침서도 발표됐다. 안 트란 신부(미국 산타클라라대)는 “종교 간 대화는 논쟁이 아니라, 상대의 고유한 전통과 역사,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대화는 차이를 지우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정직함으로 서로의 맹점을 보완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란 신부는 이어 △삶의 대화 △행동의 대화 △신학적 교류의 대화 △종교적 체험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교와 유교가 서로 존중하기 위해 △각 전통을 존중하며 내적 논리에서 이해 △윤리적 유사성과 신학적 일치의 구분 △신앙 정체성 강화와 각 종교의 통찰에 경청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침서를 함께 발표한 움베르토 브레시아니(대만 푸런가톨릭대 교수) 박사는 구체적 행동 지침으로 두 종교의 공동 기도문 수립을 제안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기초, 신앙인의 역할, 각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제도와 역사를 살폈다. 또 현대 문명의 도전 극복을 위한 종교 역할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다룬 세션에서 강남대학교 교수 김흡영 목사는 기후·생태위기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보다 문명의 위기로 진단하며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종교적 전통이 개인과 제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영적 문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교론적 관점으로 바라본 김세정 충남대 교수는 “유교는 인간을 만물의 고통을 자각하며, 생태계의 조화를 이뤄낼 책임의 존재로 본다”며 “유교의 전통은 생태 위기를 단순한 환경 정책의 수준을 넘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상호 감응 및 완성하는 하나의 생명적 질서로 바라본다”고 제언했다.
그리스도인과 유학자들의 이틀에 걸친 논의는 최종 공동성명서 채택으로 이어졌다. 두 종교는 성명에서 “우리는 진정한 만남이 서로의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해를 깊게 하고 신뢰를 강화하며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두 종교의 비전을 성찰하며, 두 전통이 정의와 연민, 평화, 모두를 위한 돌봄이 깃든 사회를 위해 일하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도교와 유교는 앞으로도 △우정과 대화의 심화 △연민·정의·조화·공동의 책임에 뿌리를 둔 사회 증진 △인류와 전체 생명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학문적 대화를 넘어 우리가 함께 꿈꾸는 이상을 생각하며 윤리적·영적 대화를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성균관 최종수 관장은 “두 전통이 지향하는 사람과 사랑, 정의의 가르침은 서로 본질이 통할 수 있는 가치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제2회 유교-그리스도교 국제 콜로키움은 2028년 인도네시아에서, 제3회 행사는 2030년 홍콩에서 열기로 했다.
“전쟁·경쟁 부르는 이기심, 종교가 함께 극복해야”
-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
“모든 종교의 과제이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을 초대할 수 있는 사명은 ‘이기심의 극복’입니다. 오늘날 전쟁을 비롯한 사회의 많은 문제가 이기심에서 비롯됩니다. 예수님께서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희생이야말로 이기심 극복의 모범입니다. 이번 콜로키움은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기심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남길 것입니다.”
4~5일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유교-그리스도교 콜로키움 참석차 방한한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쿠바카드 추기경은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전통과 언어는 다르지만, 근본 지향점은 정의와 평화, 연민, 형제애에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그리스도교의 ‘새 하늘과 새 땅’, 유교의 ‘대동(大同)’이 시대의 열망에서 탄생한 비전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로마 제국 치하에서 고통받는 교회 공동체에서, 대동은 중국 주나라의 붕괴와 전국시대 혼란 속에 나왔다. 이러한 사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이 비전들은 현실 도피로 나타난 환상이 아니라 무너짐 속에 단련된 응답”이라며 “동시에 갈등과 불평등, 파편화된 우리 시대와 마찬가지로 절망과 혼란 속에 희망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두 사상은 서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두 종교가 서로 대화하며 가난한 이들과 이민자를 환대하며, 피조물을 돌보고 정의로운 제도를 구축하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했다.
특히 쿠바카드 추기경은 공자의 도덕적 수양 및 덕치(德治)와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에 대해 “두 전통 모두 사회의 재생(renewal)은 인간 마음의 재생과 분리될 수 없다”며 “법이나 기술만으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해 교정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청년들 두려워 말라”
2009년부터 3년간 주한 교황대사관 서기관으로 봉직했던 쿠바카드 추기경은 한국 교회를 풍요롭고 깊은 신심이 자리한 곳으로 기억했다. 그는 “한국 교회가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며 “제 영적·개인적 여정에 발자취를 남겨준 이 나라와 신자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쿠바카드 추기경은 한국 청년들이 무한 경쟁과 고립감 등에 직면하며 살아가는 데 대해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도 결국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 때문”이라며 “젊은이들은 경쟁보다 협동·연대·공유하는 법을 더욱 익히고, 교회와 사회는 전체를 위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쿠바카드 추기경은 2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교중미사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리는 젊은이들도 마음을 열어 다른 종교인들을 열린 마음으로 환대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쿠바카드 추기경은 “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표현하듯 하나 됨을 자각하고 실천하는 협동체의 저력을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희망을 품고 미래로 나아갈 힘이 충분하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