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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세례

[월간 꿈CUM] 성화로 읽는 신약 성경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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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로 페루지노, 그리스도의 세례, 1482년경, 프레스코, 335x540cm, 시스티나 성당, 바티칸시국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 1445~1523)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움브리아 출신 화가이다. 그는 1481년 여름에 코시모 로셀리, 산드로 보티첼리,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루카 시뇨렐리 등과 함께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부름을 받아 시스티나 성당에 프레스코 벽화를 그렸다. 벽화의 구성은 식스투스 4세 교황이 직접 구상했고, 교황이 직접 화가들에게 성당 벽에 재현될 장면의 주제를 선정해주었다. 그림의 주제는 구약에서 예고되고 신약에서 계시되어 성 베드로의 계승자들을 통해 영존하게 된 그리스도의 교회를 찬양하는 것이었다. 화가들은 이 의미를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 재현된 장면과 상징적 암시를 통해 구약과 신약의 일치를 명백히 부각해야 했다. 그에 따라 벽화에는 모세의 생애 일곱 개의 장면을 전면에 배치했고, 그 반대편에 예수님의 생애 일곱 개의 장면을 대칭으로 장식했다.

시스티나 성당 정문은 서쪽에 있고, 제단은 동쪽에 있으며, 모세의 생애는 제단에서 볼 때 오른쪽인 남쪽 벽에 배치되어 있는데, ‘모세의 발견’ ‘모세의 귀환과 그의 아들의 할례’ ‘모세의 시련과 소명’ ‘갈대 바다를 건넘’ ‘십계명과 금송아지’ ‘코라의 징벌’ ‘모세의 유언과 죽음’이 그 순서이고, 예수님의 생애는 제단에서 볼 때 왼쪽인 북쪽 벽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스도의 세례’ ‘그리스도의 유혹’ ‘제자들을 부르심’ ‘산상설교와 나병환자를 고치심’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기시는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이 그 순서이다. 그런데 제단에 그려진 ‘모세의 발견’과 ‘그리스도의 탄생’은 1536년에 제단 벽 전면을 채운 ‘최후의 심판’ 때문에 지워졌고, 제단 위 양쪽 벽에 그려진 첫 번째 장

면은 페루지노가 그의 조수 핀투리키오와 함께 그린 ‘그리스도의 세례’와 반대쪽에 그린 ‘모세의 귀환과 그의 아들의 할례’가 짝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구약의 할례와 신약의 세례가 한 쌍을 이루는 것으로,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하여 많은 교부가 할례에 의해 예고된 세례가 ‘영적 할례’를 나타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세례 장면은 마태오복음 3장 13-17절, 마르코복음 1장 9-11절, 루카복음 3장 21-22절이 그 배경이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9-11)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성부 하느님께서 보주를 들고 오른손을 들어 외아들을 축복하고 있으며,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예수님 머리 위에 내려앉고 있다. 성자와 성령과 성부가 그림 중심부 일직선상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강조하는 것이다.

요한은 예수님의 머리 위에 물을 부어 세례를 주고 있는데, 광야에서 생활했던 요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요한의 왼손에는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들려 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보다 높은 곳에 서 있지만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살짝 굽혀 예수님께 경의를 표한다. 요한이 말한 대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요한은 점점 작아져야 하기 때문이다.(요한 3,30 참조)

예수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세례를 받으신다. 성부의 사랑스러운 외아들이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요르단강 한 가운데 서서 세례를 받는 것이다. 예수님 뒤로는 세 천사가 예수님의 겉옷을 들고 있는데, 이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났던 세 천사를 연상시키고,(창세 18,1 참조) 이들이 겸손하게 무릎을 꿇은 것은 하느님과 같은 본성을 지니신 예수님께서 자신을 낮추고 완전히 비우는 케노시스(Kenosis)의 겸손을 실천한 것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배경의 푸른 하늘에서는 공생활의 시작을 알리듯 새벽빛이 비치고, 그 앞에 개선문과 콜로세움과 교회와 성벽이 있는 로마가 보이고 강과 산과 골짜기가 있는데, 이는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루카 3,5) 하고 외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를 연상시킨다.

세례자 요한 뒤로는 세례를 받기 위해 한 남자가 돌 위에 앉아 옷을 벗고 있고,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 주변에는 화가가 살던 시대의 사제와 귀족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세례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것은 그리스도의 세례 사건을 현재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요르단강을 경계로 왼쪽 배경에는 세례자 요한이 설교하고 있는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이 높은 언덕배기 주위에 몰려들어 세례자 요한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오른쪽 배경에는 예수님께서 산 위에 올라 설교하고 계시는데, 모세가 산꼭대기에서 십계판을 받았듯이 예수님께서도 산꼭대기에 올라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계신다. 하지만 예수님의 설교를 듣는 청중의 반응은 여러 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글 _ 손용환 신부 (요셉, 원주교구 북평본당 주임)
1992년 사제 서품. 원주교구 소속으로 16년간 군 사목을 한 후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였으며, 현재 북평본당 주임으로 있다. 저서로 「오색의 기도」 「하느님의 가장 좋은 선물」 「사제의 향기」 「맹 신부」 「어리석음의 승리」 「천주교 군종교구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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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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