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촌 주교 선종 1주기 추모미사 명동대성당서 봉헌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매일같이 주님의 현존을 더 깊이 의식하고 살아가면서, 동시에 각자 할 수 있는 발 씻김의 섬김을 지치지 않고 지속해 가며, 주님께서 이끄시는 파스카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겸손되이 청하면 좋겠습니다.”(고 유경촌 주교 육성)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 선종 1주기를 맞아 14일 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그리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유 주교가 2022년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에서 했던 강론이었다. 이날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거행된 추모미사 중 유 주교의 생전 음성이 재생된 것이다. 유 주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가르침을 성체성사와 발씻김으로 설명하며 “우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유 주교의 1주기 추모미사는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집전했으며, 유 주교 유가족과 교구민 등 860여 명이 참여해 고인의 삶을 기억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에서 “유 주교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신학생 시절부터 간직해오신 책과 메모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며 “그 기록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유 주교님의 모습이 단지 주교라는 직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학생 시절부터,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하느님께서 주신 천성을 끊임없이 다듬고 가꾸시며 살아오신 한 사제의 삶이었다”며 “유 주교님께서 주교 사목표어로 선택하신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는 주교로서의 직무뿐만 아니라 사제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살아오신 유경촌이라는 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 주교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유산은 참으로 풍성하다”며 “가난하게 사셨지만, 누구보다 풍요로운 삶을 남기신 유 주교님은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라고 추모했다.
정 대주교는 유 주교의 투병을 돌아보며 “그 고통을 원망이 아니라 신뢰로 받아들이셨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신앙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와 함께 주교품을 받으신 유 주교님은 제게도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 같은 분이었다”며 “그래서 그 빈자리를 지금도 크게 느끼지만, 그 부재는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 뜻 안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또 하나의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 역시 유 주교님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그분처럼 서로의 발을 씻어주는 삶을 살도록 다짐하며 유 주교님을 기억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교구가 제작한 유 주교 추모 사진집과 묵주를 유가족 대표인 형 유인촌(토마스 아퀴나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하며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사진집과 묵주는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에게도 제공됐다.
유 주교의 장지인 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에서도 22일 총대리 구요비 주교 주례로 선종 1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된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유 주교는 1992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이자 푸피 명의 주교로 임명돼 2014년 2월 주교품을 받았다. 이후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등을 맡아 교회와 사회를 위해 사목하다 2025년 8월 15일 선종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