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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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 열어준 길…첫 한국인 수녀회가 창립되다

태극기와 함께 이어온 ''한국순교복자수녀회 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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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이 광복 81주년을 앞두고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원한빈 기자

1945년 8월 15일 광복은 한국 천주교회에도 새로운 길을 열었다.

광복 이듬해,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인 수도회가 탄생했다.

바로 1946년 4월 21일 창립된 한국순교복자수녀회다.

시복이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 방유룡 신부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수도회 창립을 열망해왔다.

그러나 일제의 탄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때를 기다려야 했다.

방 신부의 구상은 광복과 함께 비로소 현실이 됐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면형무아의 여정 60년>에는 당시 상황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1945년 8월 15일 민족 해방이 되자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방유룡 신부는 화물 기차를 타고 서울로 노기남 주교를 찾아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창립 계획을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방되어 새로운 한국 정부가 설립될 터이니 한국 천주교회도 방인 수녀회를 설립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 수녀회는 순교 복자를 주보로 정하고 순교 복자를 현양하며 순교 정신을 본받아 복음 전파에 헌신하는 수도자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말하자, 노 주교도 수도회 창립을 찬성하였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공동창설자 윤병현 안드레아 수녀 어록집>에도 광복과 수녀회 창립의 연결 고리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윤 수녀는 "조국의 해방은 복자회를 빨리 탄생하게 했다"며 방유룡 신부가 해방과 함께 수도회 창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조국에 다시없는 감격의 날이었다. 조국의 해방은 우리 복자회를 이땅에 빨리 탄생하게 하였다. 10년 가까이 방신부님과 마뗄께서는 수도회를 창설코자 계획하셨으나 왜정의 탄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셨다고 한다. 드디어 해방과 함께 복자회의 창설 문제는 움트기 시작하였다. 회원 모집, 규칙 초안, 회원의 생활 방도를 구상하시며 준비하시다가 기왕이면 한국 최초의 수선 탁덕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 100주년이 되는 1946년을 생각하신 것이다.

드디어 1946년 4월 21일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창설!!!

4월 21일 부활대축일에 유서 깊은 고장 송도 개성에서 본회의 특별 주보 순교 복자들의 순교정신을 계승하고 순교자 현양을 목적으로 복자회라 명명하고 우리 조국이 필요로 하는 방인 수도회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광복 이후 한국 사회가 새로운 출발을 하던 시기에, 한국인의 손으로 세워진 첫 한국인의 수도회.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광복과 함께 시작된 수도회라는 정체성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년 3·1절에는 수녀들이 태극기를 들고 다함께 만세를 부르며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긴다.

8월 15일에는 광복절과 성모승천대축일을 함께 기억하며 성당 제대 앞에 태극기를 놓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들이 1967년 3·1절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제공

1967년에 3·1절에 촬영한 사진 속 앞줄 맨 오른쪽에 있는 김정자 바오로 수녀를 광복 81주년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 청파동 수녀원 본원에서 만났다.

1941년생인 김 수녀는 8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사진 속 장면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김정자 바오로 수녀가 13일 태극기에 얽힌 추억을 말하고 있다. 원한빈 기자


김 수녀는 "그때는 월요일마다 수녀원에서 애국가를 불렀다"면서 "요즘은 안 불러서 아쉽다"고 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입회한 계기를 묻자 '경향잡지'에 실린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소개 글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그거 보고서는 마음이 딱 섰어요. 본당 신부님이 '다른 데를 가라'고 했는데 계속 안 간다고 했어요.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우리나라의 성인 순교하신 분들을 주보로 세우는 곳이라는 걸 보고.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한국인이 세운 수도회, 한국의 순교자들을 주보로 모시는 수도회라는 점이 김 수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김 수녀는 창설자 방유룡 신부에 대해 "우리가 하느님 나라로 갈 수 있는 길을 환하게 가르쳐 주셨다"며 깊은 존경을 드러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태극기 사랑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태극기 사랑'은 유별나다.

수녀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흑백사진들이 다수 남아 있고, 심지어 한겨울에 눈사람에 태극기를 꽂은 사진도 전해진다.
 
1965년 12월에 촬영된 사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제공

일상 속에서 태극기를 가까이 두며 나라를 기억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온 것이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태극기를 대하는 수녀들의 마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80년 전 수녀들이 힘껏 들어 올렸던 태극기는 오늘도 수녀원에서 펄럭인다.

광복의 기쁨을 기억하고 한국인의 신앙과 정체성을 지켜온 마음이, 작은 태극기 하나에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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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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