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거부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설계수명을 넘긴 핵발전소의 계속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아빠스는 성모 승천 대축일인 15일 ‘핵무기도, 핵발전소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하여’라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생명 중심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류와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을 포함한 전 지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핵 피폭자와 후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핵발전소와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들의 건강과 삶의 터전·정당한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아빠스는 지난 6월 말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이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인과관계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고통과 장기적인 조사·지원의 필요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피폭된 조선인 약 1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합천 출신으로, 이들은 식민 지배와 강제 동원, 피폭 후유증, 빈곤과 사회적 차별이라는 겹겹의 고통을 겪었다.
박 아빠스는 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5년이 지나도 귀환곤란구역이 남아 있다며, 핵무기와 핵발전의 위험과 부담이 특정 지역과 미래 세대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실증설비 1기 건설 추진을 두고, 충분한 정보 제공과 사회적 숙의가 이뤄졌는지 물었다.
아울러 핵발전소가 사고 위험과 고준위 폐기물의 장기적 부담, 긴 건설 기간과 지역 간 불평등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회에 적합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신규 대형 핵발전소가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2037년 이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 운영도 2060년 이후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박 아빠스는 “전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고 있음을 우리도 직시해야 한다”며 “2024년 세계에서 새롭게 확충된 발전설비 용량의 92.5는 재생에너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탈핵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한국 천주교회는 기도하며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