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로코에서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로 미등록 이주민이 7만 2000명 이상 몰려든 사태에 대해 스페인 주교들이 “세우타를 덮친 ‘공격’의 배후를 찾아야 한다”면서도 “도착한 이주민을 보듬어야 한다”고 입체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 주교회의 의장 루이스 아르궤요 대주교는 이번 사태가 이주민의 생명과 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익과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며 촉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르궤요 대주교는 “생명을 두고 장난을 치고 있으며, 이주는 이러한 전략의 일부”라며 “세우타 침공은 하나의 시험대”라고 질타했다. 메리다-바다호스대교구장 호세 로드리게스 카르바요 대주교는 “인도적 상황을 이용해 인신매매 마피아들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7월 30~31일 모로코에서 이주민 7만 2000명이 해상과 육로를 통해 인구 약 8만 3000명의 세우타로 한꺼번에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90여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스페인 당국이 체류를 허가하지 않자,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미성년자 1000여 명을 포함해 7000명가량은 세우타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스페인 세우타 경찰서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OSV
다만 성직자들은 이주민 이동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적이거나 이념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을 명확히 했다. 산티아고 아그렐로 모로코 탕헤르대교구 명예 대주교는 “이주민은 연민의 대상”이라며 “자비를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탕헤르대교구장 에밀리오 로차 대주교는 “국경을 넘은 청년들은 누구에게도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마피아가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평신도 단체 산에지디오 공동체 설립자 안드레아 리카르디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닫힌 국경이 아니라 이주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주민들이 평범하게 도착한 것이 아니며, 배후에 어떤 조직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카디스-세우타교구는 14일(현지시간) 교구장 서리 라몬 발디비아 주교의 요청에 따라, 세우타의 모든 성당에서 평화와 정의를 구하는 밤샘기도를 봉헌했다. 발디비아 주교는 앞서 8일 낸 서한에서 “지금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가 이뤄지길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지 언론들은 ‘해상으로 이주한 불법 이주민은 본국으로 즉각 송환할 수 없다’는 스페인 대법원 판결이 세우타로의 대규모 유입을 촉발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최근 SNS에서 ‘15일 세우타 국경이 열린다’는 루머가 재확산되자, 스페인 당국은 대규모 무단 월경 사태 재발에 대비해 해상 장벽 설치와 치안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