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은 뭔가 그렇게 늘 많이 늘어져 있다.
모든 책을 꼭 매일 읽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안 보이면 허전해서 끌어안고 산다. 어찌 책뿐이랴. 컴퓨터, 앨범, 약병들, 필통, 반짇고리 등등….
아기 예수님 오시면 누우실 곳이라도 있어야지 싶어서 오늘은 정리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별로 말끔하게 치우지도 못하고 요리조리 밀어 포개 놓기만 했다. 게으른 내 모습을 바라보며 친정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부지런하시기가 누구 못지않으셨는데도 집안은 늘 적당히 어질러져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잠시도 손을 놓지 않고 움직이는데도, 어른이 돼서 보니, 어머니가 무엇에 그리 정성을 쏟는지가 느껴졌다. 어머니는 식구들이 먹는 음식 만들기를 가장 좋아하셨다. 그럴듯한 신식요리는 아니어도 매일 먹는 세 끼 밥상을 정성들여 차리셨다. 아침이면 교복 흰 칼라를 다려 입느라 꾸물댈 때마다 어머니는 달래장을 만들고 마른 김을 수북이 구워 기어이 밥을 먹이셨고 봄이면 쑥버물, 여름이면 삼계탕, 겨울이면 곰국으로 건강을 챙겨주셨다.
돋보기를 코언저리에 걸치고 콩이며 팥을 가리시고, 겨울이면 아랫목에 늘 불룩한 뭔가가 헌 담요로 덮여 있었는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청국장을 띄우느라 냄새 따위는 아랑곳도 하지 않으셨다. 동치미, 장조림, 곰국, 시래기국, 애호박 무침 등 어머니가 내는 손맛이 화려했던 시절이 그러나 이제는 옛날이 되어 버렸다.
5년 전 중풍으로 쓰러지셨다가 겨우 회복되셨는데 그래도 아들, 며느리 교사 부부에 손주 둘 울타리 되어 사신다.
“엄마는 그렇게도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집은 왜 그리 어질러 놓아요?” 그러면 “눈에 보이는 거 치우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 식구들 먹는 음식이나 깨끗이 하고 행주, 걸레나 매일 푹푹 삶으면 되지. 너무 치워 놓으면 사람들이 잘 안 와! 보이지 않는 마음이 깨끗해야지, 겉만 치우면 뭐 해. 눈에 안 보이는 마음이나 잘 닦아야지.” 하셨다.
그래…. 어머니는 맨날 오래된 양은솥에다 뭘 그리도 푹푹 삶는 걸 좋아하셨다. 온 식구 속옷은 꼭 삶아 빨아서 맑은 물에 한참을 담가 놓았고 걸레가 행주인지 착각할 정도로 깨끗했다.
그래요. 눈에 보이는 책상은 그냥 둘게요. 하지만 내 맘에 널려있는 욕심, 미움, 판단, 교만, 위선들은 잘 치워 볼게요. 잘 닦아내며 따뜻하게 사랑의 불을 지피고, 누구나 제 마음에 오고 싶은 그런 마음 준비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