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쿰란의 한 양치기 소년이 잃어버린 염소를 찾아 나서다 암벽에 있는 동굴을 발견합니다. 혹시 염소가 있을까 싶어 동굴에 돌을 던졌는데 들리는 건 항아리 깨지는 소리였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동굴에 들어가 보니 항아리 속에는 오래된 천으로 둘러싸인 가죽 두루마리들이 있었습니다. 이후 쿰란 일대를 대대적으로 발굴 했는데 약 25,000여 개의 사본조각과 약 900여 편의 고대 문헌을 발견합니다. 2000년 넘게 잠들어 있던 사해 사본 발견의 순간입니다.
문화재는 인류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지만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는 끔찍한 재앙입니다. 부동산 개발 중에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는 중단됩니다. 그래서 일부 개발업자가 문화재가 발견되어도 무시하고 공사한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화재 보존과 부동산 개발은 대표적인 갈등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인천 검단 일부 아파트는 김포 장릉이 보이는 ‘왕릉뷰 아파트’로 건설되었습니다. 장릉은 200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 40개 중 하나입니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재 반경 500m 내에 짓는 20m 이상 건축물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공사 중단과 철거로 입을 피해는 막대하지만, 철거로 얻을 이익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건설사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의 판단기준은 아파트가 보존지역 밖에 있다는 겁니다.
작년에 대법원은 문화유산 구역 밖의 공사까지는 제한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종로에 있는 종묘(宗廟) 인근 ‘세운 4구역’에 고층 빌딩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그러자 문화부장관과 국가유산청장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막겠다”고 했습니다. 김민석 당시 총리는 이들과 종묘를 방문해 “고층 건물이 종묘의 기를 누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건 아파트 때문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문화유산인 태릉 인근의 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최근 ‘조건부 가결’시켰습니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의 탁월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파트가 올라가는 골프장의 13가 문화재 보존지역 안에 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한 빌딩은 문화재의 기를 누르고 정부가 짓는 아파트는 문화재의 기를 살리는 건지 궁금합니다. 문화재에도 여당, 야당이 있나 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자연유산과 마찬가지로 역사적·문화적·예술적 유산 역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의 유산을 파괴하고 단순한 소비재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이를 보존하여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파트야 기껏해야 50년이지만 시간이 만든 문화재는 영원히 인류와 함께 합니다.
더욱이 종교 문화재는 역사 속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서울의 명동성당, 전주의 전동성당 등 한국에 있는 성당들은 근현대사가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문화재보다 아파트가 먼저라는 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배를 가르자는 말과 같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태릉뷰 아파트 >입니다. 아파트보다 문화재를 소중히 하는 우리 공동체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