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미래에 대비하라” “뒷일을 먼저 생각하라” “쾌락주의자가 되지 마라” “내일을 생각하라” “은퇴를 준비하라”는 말로 사람들을 압박합니다. 얼핏 들으면 아주 합리적인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재를 회피하는 것은 심리적 병폐입니다. 왜냐하면, 끝도 없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현재의 즐거움뿐 아니라 영원히 행복을 피해 다니는 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살면 미래가 다가와 현재가 될 때, 우리는 그 현재를 또다시 미래를 위한 준비로 삼아야 하는 모순을 범하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은 언제나 내일을 위한 것이기에, 영영 부여잡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매 순간을 힘껏 들이마시고, 이미 끝난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을 끄고 사는 것이 현명합니다.
현재 기피증은 미래의 이상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상상했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물론 어떤 상황이 기대에 어긋날 경우 이상화를 통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는 있으나, 그런 악순환을 생활화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를 현명하고 알차게 살아가는 전략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를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잘 노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노는 법을 잊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에 남부끄럽게” 하면서 노는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놀 수 없는 사람은 불행합니다.
이들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 자신 안에 갇힌 사람들입니다. 인생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를 놓친 사람들은 나중에는 웃음마저 잃어버립니다.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도 놓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때로는 어른의 짐을 잠시 벗어놓고 놀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자신을 풀어놓고 즐길 수 있어야 세파에 휩쓸려 쓰러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서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
삽화 _ 이상자 할머니 (87세, 충북 괴산 거주, 개신교 신자)
젊은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으나, 고단한 삶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하다 83세부터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오른쪽 눈 황반변성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임에도, 매일 붓을 놓지 않고 있다. 내일의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열심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주님의 자녀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