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2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아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부가 용산공원 내에 공공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일타시장-용산공원 편'을 서울시장 공식 누리집과 소셜방송 라이브서울 등을 통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부동산시장 진단과 주택공급 해법을 다룬 '일타시장' 후속편이다. 오 시장은 용산어린이정원 곳곳을 직접 걸으며 설명에 나섰다.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 '훼손부지' 활용 주장, 미군기지 반환과 오염토 정화, 교통·기반시설 문제, 그늘보행권과 녹지의 가치, 주택공급 대안 등을 다뤘다.
오세훈 "역사성 자연성 보존해 물려줘야"
오 시장은 "이곳은 청나라군을 시작으로 일본군과 미군의 120여 년간 주둔했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공간으로 그 역사성과 자연성을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예정지는 약 300만㎡로 여의도공원 약 13배 규모다. 오 시장은 서울의 산은 주로 외곽에 있어 시민들이 집과 직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처럼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상징적 녹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정부가 군인아파트·장교숙소·방위사업청 부지 등을 '훼손부지'로 보고 주택공급에 활용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용산공원 예정지는 현재 남아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녹지공원으로 복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옛 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훼손된 땅이라고 보는 것은 공원 조성 취지를 왜곡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상 보존하기로 한 본체부지에 해당 부지가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녹지는 폭염이 일상화된 서울에서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오 시장은 "그늘이 많고 잔디와 나무가 많은 동네는 평균기온이 2~3℃ 이상 차이가 난다"며 "녹지 면적을 풍요롭게 확보하는 것이 도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용산공원을 원래 계획대로 조성하고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양 오염 문제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현재 임시 개방 중인 '용산어린이정원'은 오염된 토양 위에 복토한 뒤 잔디를 조성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을 짓고 거주하려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오염토를 깊이 파내고 고온 처리하는 등 근본적인 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캠프킴 부지'의 경우 6년 전 정화 작업이 시작됐는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 시장은 또 전체 부지가 모두 인도된 뒤에 오염토 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일부 전문가는 오염토 정화와 구역 지정, 도시계획, 인허가를 거쳐 착공하려면 7~8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도시 인프라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오 시장은 토양정화가 완료되더라도 1~2만 호 규모의 주택이 들어서면 교통량이 급증해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상하수도와 전기·가스 등 기반시설도 새로 확충해야 한다. 오 시장은 "정밀한 계획 없이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정치적 판단? 졸렬한 비판"
용산어린이정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의 대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지원, 물재생센터 등 도시기반시설 이전에 따라 확보되는 부지 활용 방안, 지속적인 청년주택 공급과 금융 지원 확대 등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주택 멸실분을 제외하더라도 8만7000호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물재생센터 등 도시기반시설을 이전해 확보되는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시설 이전과 주택 건설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녹지인 용산공원을 훼손하지 않고 일부 부지는 1만호 이상 공급할 수 있어 검토할 만한 대안이라고 했다.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청년주택 공급과 금융 지원을 꼽았다. 특히 디딤돌대출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해 청년의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반대가 정치적 판단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 시장은 민선 4기 취임 직후인 2006년부터 용산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용산공원을 보존하겠다는 공약을 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본인들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가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은 매우 졸렬한 비판"이라고 했다.
서울시민 2/3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오 시장은 "여론을 보면, 2/3 정도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이중 절반 가까운 46.7는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적어도 용산공원만큼은 온전하게, 원래 예정대로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여론으로 서울시의 입장을 지지해 주신다면 용산공원을 지켜내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