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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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평화로 가는 길,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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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월이면 일본 가톨릭교회는 ‘헤이와 주칸(평화 주간)’을 지낸다. 이 기간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기념일인 8월 6일에 시작해, 나가사키 원폭 투하 기념일인 8월 9일을 지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한 날인 8월 15일에 끝난다.

이 기간 일본의 가톨릭 신자들은 그 전쟁과 그 안에서 일본이 했던 역할을 기억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오늘날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한다.

일본의 항복으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은 끝났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했듯이 “또 하나의 세계대전이라는 두 번째 실패를 겪은 뒤, 오늘날에도 어쩌면 범죄와 학살, 파괴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조각난 제3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대교구장이자 일본주교회의 의장인 기쿠치 이사오 추기경은 올해 ‘헤이와 주칸’을 맞아 ‘연대로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합시다’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와 수단, 미얀마, 그리고 가자를 비롯한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 전쟁터에서 부상당하거나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우리와 똑같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기쿠치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저는 전쟁에 강력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가들 사이의 평화와 대화, 다자주의를 증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고, 너무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저는 누군가는 나서서 ‘더 나은 길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외침은 어디에 있는가? 더 나은 길을 요구하는 그 ‘누군가들’은 어디에 있는가? 무차별적인 죽음과 부상, 사람들의 생계와 공동체의 파괴, 사회 기반 시설의 붕괴, 환경 훼손, 경제적 자원의 낭비, 그리고 분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제한적이다.

미국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 때문에 주유소와 마트의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만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듯 보일 때가 많다. 이 ‘조각난 제3차 세계대전’이 주유비를 통해 자신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기 전까지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터지는 폭탄 하나하나의 비용이 결국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한 수도자가 언젠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저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한, 나는 아직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내 형제나 자매가 고통받을 때, 그저 마음 아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을 우리가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하는 바로 그 하느님의 자녀, 곧 우리의 형제자매로 바라보지 않는 데 있다.

기쿠치 추기경이 제시하는 해법은 연대, 곧 다른 이들과 친교를 이루는 덕이다.

우리는 지금 원자화(原子化)의 위기 속에 있다.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또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벽을 쌓고 있다. 다른 이들을 우정으로 끌어안기보다는, 방어막 너머로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낸다.

구약과 신약 모두에서 성경은 개인보다 신앙 공동체를 향해 말씀한다. 신약성경에서 우리가 ‘교회’라고 번역하는 ‘에클레시아(ekklesia)’는 ‘모임’, ‘집회’를 뜻한다. 교회가 된다는 것은 연대 안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교리교육과 강론, 기도 안에서 이 덕을 더 강조하지 않는가?

세상의 기준으로 그가 누구이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이 하느님의 아들딸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하느님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관계는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이루신 그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관계다. 그리고 그 가족에는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기쿠치 추기경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국적과 민족,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하느님께 존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 존엄을 지키는 것이 평화의 출발점입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합시다. 일상생활에서 힘의 언어가 아니라 사랑의 언어를 선택하고, 사랑의 문명을 키워 갑시다. 그리고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널리 전합시다.”

글 _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 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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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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